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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75] 왜 ‘라운드(Round)’라고 말할까

2022-08-18 07:34

육상 용어에서 라운드는 1회, 1경기 등을 뜻한다. 사진은 세계육상 선수권대회 경기  장면. [세계육상연맹 홈페이지 캡처]
육상 용어에서 라운드는 1회, 1경기 등을 뜻한다. 사진은 세계육상 선수권대회 경기 장면. [세계육상연맹 홈페이지 캡처]
라운드(Round)는 영어가 국어화된 외래어이다. 스포츠용어로 일찍이 자리를 잡은 말이다. 권투 경기에서 한 회를 의미하며, 골프에서 18홀 코스를 하루에 걸쳐 도는 것을 뜻한다. 육상에선 1경기, 또는 1회, 1번의 의미를 갖는다. 트랙 종목에서는 조를, 필드 종목에선 경기 회차를 나타낼 때 쓴다. 예선이나 준결승, 결승을 의미할 때도 있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원래 둥글다는 의미인 라운드는 1250년에서 1300년 사이 공식적인 문서에 처음 등장한다. 라틴어 ‘Rotundus’를 거쳐 고대 프랑스어 ‘Ront’에서 영어로 변형됐다. 미국 폴딕슨 야구용어사전에 의하면 라운드는 야구에서 이닝을 의미하는 말로 미국 야구 초창기인 1859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이 말은 권투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이 사전은 설명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1920년대 라운드를 원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다. 조선일보 1925년 3월14일자 ‘데뷔스컵전(戰) 여러 가지결정(决定)’기사에서 ‘미국정구협회(米國庭球協會)는 유육(紐育)에서 연차총회(年次總會)를 열고 금년(今年)의『데뷔스켑·챠렌지·리운드의경기(競技)의 날스자는 구월십일(九月十日)부터 삼일간비부(三日間費府)『쟈만다운·크리켓트』구락부(俱樂部)의『코트』에서열기로하얏다 또 일월이십오일(一月二十五日)에 발표(發表)한 미국정구(米國庭球)『런킹』중제육위(中第六位)의『왓드손·웟슈빤』선수(選手)는 위원회(委員會)에서 제명(除名)하얏슴으로 제십팔위(第十八位)까지 순위(順位)의 다소 변동(多少變動)이잇다더라’고 전했다. 데이비스컵 챌린지 라운드라는 대회 이름에 라운드라는 말을 쓴 것을 그대로 우리말로 보도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테니스, 정구, 권투 등에서 라운드라는 말을 주로 썼다. 조선일보 1966년 6월26일 1면 기사는 ‘김기수(金基洙) 세계(世界)챔피언에’으로 헤드라인을 뽑고, 부제목으로 ‘김기수 세계(金基洙世界)챔피언에 벤베누티에 판정승(判定勝) J 미들급세계(級世界)타이틀 매치서15라운드까지…만장(滿場)의 관중열광(觀衆熱狂) 어젯밤장충체육관(奬忠體育舘)서 로마올림픽 고배(苦杯)를 설욕(雪辱)’이라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라운드라는 말은 마치 권투용어인 것처럼 일반적으로 썼다고 한다.
현재는 라운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쓰는 종목은 골프이다. 골프는 매 회 경기를 라운드라고 부른다. 대개 PGA나 LPGA는 4회 경기를 갖는 4라운드로 열린다. 때에 따라선 LPGA는 3라운드 경기를 갖기도 한다. 골프용어에서 영어 ‘Round’를 줄여 ‘R’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라는 것은 변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라운드라는 단어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종목의 부침과 함께 쓰임새가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권투에서 시작된 용어가 이제는 마치 골프 용어처럼 됐으니 말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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