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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57] 국제태권도연맹(ITF)에서 ‘국제’라는 말은 왜 사용한 것일까

2022-03-25 10:39

지난 2018년 4월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북측 태권도 시범단 공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018년 4월 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협력기원 북측 태권도 시범단 공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태권도연맹(ITF) 로고.
국제태권도연맹(ITF) 로고.


국제태권도연맹(ITF, 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은 북한이 중심이 된 태권도단체이다. 한국이 이끄는 세계태권도연맹(WT, World Taekwondo)와 대립하고 있는 곳이다. (본 코너 656회 ‘세계태권도연맹(WT)에서 ‘세계’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참조)

ITF는 지난 1966년 3월22일 서울에서 설립됐다. 1950년대 태권도라는 명칭을 창안하는데 기여했던 최홍희가 초대 총재 및 종신 총재를 맡았던 ITF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태권도와 국제태권도를 이끌었다. 하지만 1973년 김운용 총재가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이 출범하면서 세력을 잃었다.

한국 태권도계에서 설 자리가 좁아진 최홍희는 박정희 정권과 정치적 갈등을 벌이다 1972년 유신독재에 반대한다는 명목 아래 캐나다로 망명을 간 뒤 80년대 들어 북한과 교류하며 지원을 받아 공산권 국가에서 세를 확장해 나갔다. 최홍희가 사망한 뒤 현재는 북한이 ITF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ITF를 간혹 북한 태권도라고 말하는 것은 틀린 말이며 다만 태권도 국제기구일 뿐이다. 현재 세계태권도 단체는 WT와 ITF가 공존해 있는 상태이다.

국제태권도연맹에 ‘국제’라는 말이 포함된 것은 1960년대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국제라는 단어가 세계라는 말보다 더 통용됐었다. 의미상으로는 비슷한 말이기는 하지만 6.25 동란 때 우리나라를 도운 국제연합(UN)이라는 명칭이 친근감을 주던 시절이었다.

원래 국제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나라 국(國)’과 ‘즈음 제(際)’가 결합한 국제는 나라와 나라의 교제를 뜻한다. 국제라는 단어는 일본 도쿠가와 막부 후기 한역양학서인 ‘만국공법(萬國公法)’ 속에서 사용된 ‘각국교제(各國交際)’라는 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제국, 제국민간의 교제’라는 뜻으로 사용됐지만 점차 ‘교제’의 뜻이 희미해지면서 메이지 30년인 1897년부터 ‘세계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국제는 영어 ‘International’의 번역어이다. 웹스터 영어사전에 따르면 International은 1789년 영국 공리주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출간한 ‘Introduction to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라는 책에서 만들어낸 용어이다. 이 용어는 1801년에 프랑스어로 채택되었다
ITF와 WT는 원래 한국에 같은 뿌리를 두고 있지만 남북한 정치적인 상황 등 현실적 문제들로 인해 좀처럼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ITF를 주도하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은 2017년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초청돼 시범 공연을 가진 바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2018년 4월 WT를 이끄는 한국태권도 시범단은 평양에서 처음으로 남북 합동시범 공연을 한 바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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