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불교 용어로 산스크리트어 'loka-dhaatu'의 번역어로 알려져 있다. 'loka'는 '공간, 빈 곳', 'dhaatu'는 '영역'의 의미였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계는 한자어로 한역할 때 '인간 세(世)'는 시간의 중첩을, '지경 계(界)'는 공간의 중첩을 나타내는 의미로 선택하여 '시공간'의 의미로서 쓰게 된 것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이 ‘세계’라는 명칭을 쓰게 된 것은 한국 태권도의 역사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국제태권도연맹(ITF, International Taekwondo Federation)과의 정통성 싸움 때문이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1973년 김운용 대한태권도협회장이 연맹을 창설하고 초대 총재로 오르기 전만해도 세계태권도를 이끌고 있던 것은 최홍희가 주도하던 국제태권도연맹이었다. 태권도라는 명칭을 창안하며 초기 태권도 역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 중 한명이 최홍희였다. 6.25 직후 현역 육군 소장 신분으로 있다가 태권도를 군대 무술로 자리잡게 하는데 공헌한 그는 자신이 세운 오도관을 앞세워 대한태권도협회를 창설하고 첫 회장에 앉으며 60년대까진 한국 태권도를 사실상 좌지우지했다. 5.16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보였던 최홍희는 대한태권도연맹 회장에서 물러나고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을 창설하고 초대 총재를 맡았다.
하지만 최홍희가 주도하던 ITF는 대한태권도협회와 주도권을 놓고 잦은 충돌을 보였다. 이에 대한태권도협회는 국제태권도연맹에서 탈퇴하고 국제태권도연맹에 대항하기 위해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을 창설했다. 당시 김운용 대한태권도협회장과 엄운규, 이종우 등 태권도인들이 국제태권도연맹에 대항한다는 의미로 ‘국제’ 대신 ‘세계’라는 명칭을 써서 세계태권도연맹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사실 당시만해도 북한의 6.25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에 군사지원을 한 국제연맹(UN)의 영향으로 인해 ‘세계’보다는 ‘국제’라는 말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국제태권도연맹과의 차별화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세계태권도연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김운용 총재의 외교력과 정부의 지원 등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인을 받으며 태권도가 2000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탁월한 성과를 거두었다. 2천년대 이후 세계태권도연맹은 국제태권도연맹을 누르고 세계태권도의 대표 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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