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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24] 태권도에서 왜 ‘태산밀기’라 말할까

2022-02-08 10:24

마치 큰 산을 미는 형태와 같은 태산밀기 동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마치 큰 산을 미는 형태와 같은 태산밀기 동작 [국기원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한국에서는 태산(泰山)과 관련된 말들이 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는 조선시대 문인 양사언이 지은 시조의 한 구절이다. ‘걱정이 태산같다’, ‘갈수록 태산'이라는 표현도 있다. 또한 속담 중에는 ’티끌모아 태산‘,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 ’태산이 평지된다‘, ’보리고개가 태산보다 높다‘ 이라며 태산과 관련된 말이 있다. 태산은 그만큼 매우 친숙한 산이다.

태산은 중국 산둥성 타이안 북쪽에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산이다. 산둥성에서 가장 높으며 최고봉은 1535 미터 높이의 옥황봉이다. 중국의 다섯 명산인 오악 가운데 하나로, 예부터 신령한 산으로 여겨졌다. 진 시황제나 한무제, 광무제 등이 천하가 평정되었음을 정식으로 하늘에 알리는 의석을 거행하기도 한 곳이다. 도교의 주요 성지 중 하나이기도 한 태산은 198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됐다.

태권도 보조기술의 하나인 ‘태산밀기’는 태산이라는 말을 써 용어를 정립했다. 두 손으로 큰 산을 미는듯한 모습의 동작이라는 것이다. 태산은 ‘클 태(泰)’와 ‘뫼 산(山)’자가 결합한 한자어이다. 말 그대로 큰 산을 의미한다. 보통 중국의 태산과 관련돼 우리말로 ‘큰 산’이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태산밀기는 그야말로 큰 산을 밀어내는 자세와 가깝다고 해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태산밀기는 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 로마자로 ‘taesanmilgi’라고 표기하며 영어로는 산을 민다는 의미로 ‘mountain pushing’이라고 번역한다.

태산밀기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또 다른 보조기술인 ‘바위밀기’와 같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는 느낌을 준다. (본 코너 623회 ‘태권도에서 ‘바위밀기’는 어떻게 나온 말일까‘ 참조) 그것도 한자어인 태산을 써서 순우리말을 정립하려고 한 태권도 용어 표현 원칙과 다소 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에서 태산이 하늘에 제례를 올리던 신성한 장소이며 크고 높은 것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태산을 밀어내는 상상의 동작으로 표현해 태산밀기라고 명명한 것은 태권도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손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태산밀기 세부동작은 두 손의 모양을 바탕손으로 만들어 앞발 쪽 손끝은 밑으로, 뒷발 쪽 손끝은 위로하여 가슴 앞으로 천천히 밀어낸다. 마치 높고 큰 산을 밀 듯이 팔꿈치를 서서히 펴주며 동작을 해야 한다. 큰 산을 실제로 미는 것이 아니지만 마치 거대한 산을 미는듯한 느낌으로 두 손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주로 범서기 자세에서 수행하며, 자신의 몸에 맞닿아 있는 산을 앞으로 밀어내듯이 천천히 힘을 줘야한다.

태산밀기는 고단자의 기세와 품격을 보여주는 천권품새에서 날개펴기와 함께 포함돼 있다. 하늘의 높고 넓은 사상을 반영한 움직임이 큰 동작과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동작군인 천권 품새와 잘 어울린다고 본 것이다. (본 코너 599회 ‘태권도 품새 '천권(天拳)'은 어떤 언어적 의미를 담고 있을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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