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우리 말 구령에 맞춰 모든 동작이 이루어진다. 태권도 사범이 소리치는 구령에 따라 허공을 향해 찌르고 때리고 발길질을 한다. 세계 각지의 태권도 도장에서는 비록 국가와 인종, 종교와 언어가 다르지만 우리말을 외치는 태권도 구령이 울려 퍼진다.
구령은 원래 한자어이다. ‘입 구(口)’와 ‘하여금 령(令)’자가 결합된 말이다. 단체 행동의 동작을 일제히 하도록 하는 호령이다. 口자는 입이나 구멍을 뜻하는 글자이다. 사람의 입 모양을 본떠 그린 것이기 때문에 입이라는 뜻을 갖게 됐다. 令자는 ‘~하게 하다’나 ‘이를테면’, ‘법령’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令자는 ‘삼합 집(亼)’자와 ‘병부 절(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갑골문에 나온 令자를 보면 무릎을 꿇고 있는 사람의 머리 위로 지붕이 그려져 있었다. 큰 건물 아래에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큰 건물이라는 것은 나랏일을 하던 관청을 뜻한다. 令자는 높은 사람이 명령을 내리는 모습으로 그려져 ‘명령하다’나 ‘법령’이라는 뜻을 갖게 됐다. 구령은 영어로는 ‘command’라고 번역한다.
구령은 통상 군대에서 많이 쓴다. ‘차렷, 열중 쉬어’ 등 여러 제식동작과 ‘사격, 사격 중지’ 등 실전 등에서 상급자의 구령에 따라 병사들이 따라하는 행동을 한다. 군대에서는 구령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대말의 독특한 발성법이 구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구령은 연습자에게 행하는 운동의 방법이다. 연습 개시를 비롯해 중지 시기를 알리는 일종의 약속어이다. 조직화된 종목일수록 구령의 세목이 정해져 있다. 구령은 일반적으로 준비 단계인 예령(豫令), 행동단계인 동령(動令), 휴지(休止) 등 세 가지로 나눈다.
지난 100년간 신문기사 자료를 완전 전산화한 조선일보 아카이브에 따르면 태권도에서 구령을 하는 상황을 전하는 첫 기사는 1966년 2월6일자에 선을 보였다. 고 최영정 기자가 쓴 ‘우리는 스포츠가족, 태권도 이강식씨 3부자’ 기사였다. 이 기사는 ‘옆차기 시작! 날카로운 구령에 맞추어 세 부자는 마루에서 가볍게 뛰었다’로 시작한다. 기사 끝 구절은 ‘자, 대련 시작! 얍! 힘참 구호와 함께 이 스포츠가족은 도장안의 쌀쌀한 바람을 끊었다’고 마무리 한다.
이경명의 태권도용어사전에 의하면 태권도 수련 시 구령은 5가지로 나뉘어 사용한다. ‘준비’, ‘바로’, ‘그만’, ‘차려’, ‘경례’ 등이다. 준비는 어떤 동작을 하기 위한 자세를 취하거나 품새에서 준비서기를 취하라는 구령이다. (본 코너 580회 ‘태권도에서 왜 ‘준비’라는 말을 쓸까‘ 참조) 바로는 모든 동작을 끝마칠 때 동작을 정지하라는 말이다. 품새에서 바로는 준비 구령 자세로 되돌아가라는 뜻이다. 그만은 동작을 정지하라는 구령이다. 차려는 정신을 차리고 긴장된 바른 자세를 갖게 하는 동작이다.(본 코너 577회 ’태권도에서 왜 ‘차렷’이라는 말을 쓸까‘ 참조) 경례는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인사로 하는 동작이다. 모아서기 자세에서 허리는 30도, 머리는 45도 정도 숙여 예를 나타내는 동작이다. (본 코너 578회 ’왜 태권도에서 ‘경례(敬禮)를 할까’ 참조)
태권도 구령은 한국어를 통해 세계 각지의 수련생들이 한 동작으로 움직이며 세계와 연결 되며 외국인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유발 시키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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