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라는 말은 순 우리말이다. 행동을 뜻하는 고유어 ‘품’에다가 모양을 뜻하는 ‘새’가 붙어서 이룬 말로 태권도 용어가 아니더라도 원래 있는 말이다. 품새는 원래 일종의 정형화된 모양새를 뜻한다. 태권도 품새는 거의 대부분 일본 가라데의 ‘카타(型)’와 흡사하다는 말을 듣는다. 최홍희를 비롯해 초창기 태권도를 창시한 원로들이 일본에서 가라데를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품새라는 말도 일본식 한자어 ‘카타’의 의미를 차용해 순 우리말로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태권도 품새는 무덕관, 지도관 등 각 관마다 서로 달랐다. 하지만 1972년 세계태권도 중심도장 국기원을 건립한 뒤 1978년 분산돼 있던 태권도 10개관을 하나로 통합한 뒤 공통된 품새를 갖추게 됐다.
한때 태권도계에서는 ‘품새’와 ‘품세’라는 두 명칭을 놓고 어느 쪽이 맞는 표현인지 갑론을박을 벌였다. 1987년 국기원은 한글학계의 자문을 구해 두 명칭 중에서 품새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태권도 내에서만의 일이었다. 한글에서 표준어는 여전히 품세라는 말로 썼다. 국기원은 2009년 9월 ‘태권도 기술 용어집’을 발간하면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품세’와 ‘품새’ 중에서 ‘품새’를 쓰기로 결정했다. 국립국어원은 2011년 3월31일 품새도 표준어로 인정했다.
하지만 ‘품세’와 ‘품새’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이냐 하는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어떤 말을 쓰는가에 따라 태권도의 본질과 정체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부 태권도인들은 품새의 ‘새’는 생명감이 없고 고착화된 형태의 뜻이 담긴데 반해 품세의 ‘세(勢)’는 기품과 기세 등 형태적 변용과 생명력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품새’를 ‘품세’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두 용어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태권도 뿌리인 가라테와의 연관성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품세’를 지지하는 쪽은 가라테와의 정서적 거리를 두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품새’를 선호하는 쪽은 가라테의 영향을 탈피한 태권도를 지향하는 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 단어 중 어느 단어를 선호하느냐에 따라 태권도를 보는 관점이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품새와 품세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 되지만 인터넷 등에선 어느 쪽으로 검색을 해도 모두 가능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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