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단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먼저 쓴 한자어로 ‘층계 단(段)’자를 쓴다. 한자어 사전에 따르면 단자는 금석문자를 보면 암벽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과 몽둥이 수(殳)가 그려져 있었다.돌을 망치로 두드려 깎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단자에 ‘절단하다’나 ‘단련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은 돌을 깎는 모습에서 나온 때문이다. 단자는 후에 돌조각이 떨어져 나와있는 모습에서 ‘조각’이나 ‘단편’이라는 뜻이 파생되었다. 또 돌을 깎은 것이 마치 계단과 같다해서 ‘층계’라는 뜻까지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 무술 등에 단자를 사용한 것은 에도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15년 오사카성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막부체제를 본격적으로 갖추며 농업 경제에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에도 막부 때 바둑, 장기, 검도 등이 성행하면서 일정한 등급자격을 부여해야할 필요성을 갖게됐다. 이때 등장한 명칭이 단이었다. 단은 기술의 우열, 승패의 성과를 평가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유도에서 단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가노지 고로(嘉納 治五郎, 1860-1938년) 가 유도를 창시한 뒤였다. 유도는 1887년부터 독자적으로 유단자제도를 시행했는데 18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1895년 교토 부토칸에서 단제도를 처음 시행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일본 유도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단이라는 말은 1940년대부터 발음 그대로 영어로 ‘dan’이라는 공인어로 인정받았다고 한다. 일본이 제국주의체제로 국제 무대에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 무력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유도는 일본 제국주의 국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한국 태권도에서 단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일본 강점기때 일본에서 무술을 연마한 이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주오(中央)대학을 다니던 당시 가라테를 익힌 태권도 원로 최홍희(1918-2002년)는 1954년 당수도 수련관인 오도관을 창설한 뒤 군대 내 태권도 보급 활동을 펼치며 태권도 이름과 함께 태권도 승급 및 승단체계를 만들었다. (본 코너 563회 ‘왜 태권도 유단자(有段者)는 검은 띠를 달까‘ 참조) 최홍희를 비롯한 초창기 태권도인들은 단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일정 실력 이상을 갖춘 이에게 부여했다.
현재 태권도단은 1단부터 9단까지로 정해져 있다. 단 취득은 연한ㆍ연령 및 보수교육 등의 기준으로 응시자격을 정할 수 있다. 국기원 및 태권도 발전에 탁월한 공적이 있는 자 또는 국ㆍ내외 태권도보급의 정책적인 사유 등으로 응시자격의 특례를 부여할 수 있다. 단의 구분은 ’단‘, ’명예단‘, ’추서단‘ 등으로 나뉜다. 명예단은 태권도 발전 및 공헌자에 대하여 수여하는 단을 말하고 추서단은 태권도에 대한 공로가 지대한 태권도 고단자가 타계하였을 경우 수여하는 단을 말한다.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은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동섭 국기원장으로 태권도 명예 9단증과 태권도복을 수여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유단자(有段者)를 상징하는 검은 띠에 태권도복을 입은 채 포즈를 잡는 기념 사진을 찍었다. “명예단증을 받아 대단히 특별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는 그는 “태권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요즘 시기에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훌륭한 무도”라고 밝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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