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이라는 말은 한자어를 쓰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에서 모두 사용하는 단어이다. ‘마루 종(宗)’, ‘주인 주(主)’, ‘나라 국(國)’자가 합성된 종주국은 사전적 의미로 종속국(從屬國)에 대(對)하여 종주권(宗主權)을 갖는 국가(國家)를 뜻한다. 종속국의 반대어라고 할 수 있다.
한자어 ‘종주(宗主)’는 원래 중국에서 조령의 위패를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 왕조시대에 제사를 돌아가며 하는 대표자를 의미했다. 종족의 대표나 불교문화의 장의 의미로 사용됐다. 국가간 관계에 있어서의 지도적 입장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였다. 종주에 나라 ‘국(國)을 붙여 쓴 종주국은 일반적으로 내정이나 외교를 관리하는 나라라는 의미가 됐다.
한때 유럽 국가가 지배하고 있던 식민지와 관련하여 사용하는 말로 쓰였다. 국가 간에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설명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종주국은 부모, 종속국은 자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법상으로 종주관계는 중세유럽봉건제에 있어서의 군신관계로 태어난 개념이다. 1800년에는 러시아-오스만 제국간의 협약에 처음 등장했고 19세기를 통해 개념으로 확립됐다.
조선일보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태권도에서 종주국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9년 3월13일자 조간 8면 ‘태권 2단(段)의 람월육사교장내한(越陸士校長来韓)’ 제목의 기사에서였다. 기사는 ‘주월한국(韓国)군 태권도교관단에서 3년간 태권도를 익혀온람소장은 현재2단—유엔사(司)(UNC)의 초청으로 지난10일 내한했는데 태권도종주국 한국(韓国)의 현황을 소상히 보고 감명깊었다고 한마디’라고 보도했다.
1971년 1월30일자 조선일보 조간 8면 ‘태권도 센터 건립’ 기사에선 ‘29일 김운용(金雲竜) 신임 태권도협회장(跆拳道協会長)은『태권도 종주국(宗主国)으로서의 면모를 세우기위해서도 약 2억원의 예산을 들여 대지 3천평 건평 5백평 규모의 태권도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히고『국위선양을 위해 보다 많은 사범(師範)을 해외에 파견하겠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태권도가 서울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공인받으며 세계화된 종목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종주국이라는 말은 마치 태권도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한국 태권도가 마치 부모 국가로서 자식 국가들을 다루듯 각종 세계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태권도 관계자들은 종주국이라는 말이 태생적으로 주종 개념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태권도의 세계화를 뜻하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바림작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이나 국기원 차원에서 종주국이라는 말을 쓰면 세계 회원국 위에 군림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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