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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84] ‘매치 포인트(Match Point)’에서 ‘매치’는 어떤 의미일까

2021-09-03 07:35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에서 박정아가 공격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5세트 12-14로 뒤지다 전세를 뒤집어 매치포인트를 잡아 극적인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두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한일전에서 박정아가 공격을 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5세트 12-14로 뒤지다 전세를 뒤집어 매치포인트를 잡아 극적인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두었다. [도쿄=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 경기는 정해놓은 점수(Point)를 내고, 세트(Set)를 따내야 경기(Match)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한 경기가 정식으로 성립되기 위해선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도록 만들어졌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공식 규칙 3장 ‘경기형식(Palying Format)’ 6-3항 ‘경기에서 이기는 것(To win The Match)’에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3개 세트를 먼저 따야 하며 세트스코어가 2-2 타이 상황에선 5세트는 15점이나 최소 2점차이로 이긴 팀이 가져갈 수 있다’고 규정했다. (본 코너 482회 ‘배구에서 포인트(Point)와 스코어(Score)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483회 ‘배구에선 왜 게임(Game)이 아닌 세트(Set)라고 말할까’ 참조)

배구에서 매치는 한 팀이 승리하기 위한 여건을 갖춘 경기를 뜻한다. 성인 경기는 5세트 가운데 3세트를 먼저 따거나, 중학교 이하 경기는 3세트 가운데 2세트를 먼저 딴 팀이 이기도록 규정했다. 매치라는 말은 원래 실력이나 조건 등이 잘 맞도록 만든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배구를 비롯해 스포츠에서 경기를 영어로 매치라고 말하는 것은 서로 수준을 맞춰 경기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매치는 명사형으로 성냥이라는 뜻을 갖는다. 성냥은 인과 납의 화합물로 서로 마찰을 일으켜 불을 발생시키는데,서로 조건이 잘 맞는 화합물의 작용으로 불을 붙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런 의미로 동사형으로 조화를 이룬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스포츠 용어로 경기를 치를만큼 서로 실력이 동등하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영어온라인 사전 등에 의하면 매치라는 말은 고대 영어 ‘Macca’, 중세영어 ‘Macche’를 거쳐 현대어로 진화했다. 1300년대 서로 경쟁한다는 의미로 뜻으로 사용된 후 1540년대부터 스포츠 용어로 경기를 뜻하는 의미로 쓰였다. 미국 딕슨 야구사전에 따르면 매치라는 말은 1845년 야구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사용했다. 클럽에서 정식 멤버들로 구성된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경기를 갖는 것을 매치라고 정의했다.야구 초창기 룰인 니커보커룰에는 '운동하기에 충분한 회원이 없이 비회원으로 경기를 하더라도 매치로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치 포인트는 경기를 뜻하는 매치와 점수을 뜻하는 포인트의 합성어이다. 매치가 경기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매치 포인트(Point)는 경기를 끝내는 점수를 뜻한다. 정확히는 경기 승부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1점을 가리키는 말이 매치 포인트이다. 따라서 매치포인트는 세트를 끝내기 위해 마지막 1점을 얻어야 하는 세트 포인트와 의미가 다르다.

하지만 국내배구에서는 매치 포인트와 세트포인트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해 혼동을 주기도 한다. 2020도쿄올림픽 한·일전 마지막 5세트 12-14 상황을 보도한 언론보도를 예를 들어본다. 한국이 매치 포인트까지 내줘 패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승부에 강한 박정아가 나섰다. 박정아가 연속 스파이크를 성공시켜 14-14 듀스를 만들었고, 일본의 공격 범실로 한국이 매치 포인트를 잡았다. 이어 다시 박정아가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득점을 올리며 극적으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면 8강진출에 성공했다.

인터넷 용어사전 메리엄 웹스터에 의하면 원래 매치 포인트라는 말은 1921년 미국 스포츠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선수나 팀이 한 점을 더 얻어 경기를 끝내는 상황을 설명하는 말로 쓰였다. 배구를 비롯해 테니스, 탁구 등과 같이 여러 세트로 승패를 가르는 경우 특정 세트에서 이겨 최종 승리를 할 때 마지막 1점을 얻는 것을 가르키는 말이 매치 포인트이다. 세트에서 마지막 1점을 이겨 세트를 따내는 것은 정확하게 세트 포인트라는 말로 사용했다. 세트 포인트는 게임포인트와 같이 쓰였다. 따라서 매치 포인트와 세트 포인트는 정확히 구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올림픽이나 선수권대회에서 최종 우승을 가르는 마지막 점수를 의미할 때 매치 포인트에서 차용해 ‘골드 메달(Gold Medal) 포인트’, ‘챔피언십(Champship) 포인트’, ‘우승 (Winner) 포인트’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매치 포인트는 영화 제목으로도 쓰여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2005년 미국 유명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제작한 ‘매치 포인트’는 경기의 승부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1점을 가리키는 의미를 영화의 주제로 비유하기도 했다. 도덕, 탐욕, 욕망이 미치는 중요한 삶의 순간을 다룬 영화였다. 경기에서의 매치 포인트와 같이 삶도 특정 순간에 결정적으로 결정되는 일이 많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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