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보완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5세트에 한해 랠리포인트제를 적용했다. 5세트만 15점 랠리포인트제를 채택했으며 15점 사이드아웃 방식으로 운영되던 1-4세트는 17점 상한제도 생겼다. 17-16이면 2점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세트를 종료하는 것이다. 1999년 이후 현재와 같은 1-4세트 25점, 5세트 15점 랠리포인트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배구에서 랠리는 서브와 플레이가 종료되는 사이의 시간을 의미한다. 배구 용어로 랠리는 발리(Volley)와 동의어로 간주하기도 한다. 공중에서 볼을 그대로 유지하고 실수를 하지않고 상대방에게 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본 코너 454회 ‘왜 ‘Volleyball’을 '배구(排球)라고 말할까‘ 참조)
랠리는 배구 뿐아니라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야구 등에서 전문 용어로 쓴다.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등에서 랠리는 배구에서와 같은 의미로 볼을 주거니 받거니 계속 치는 상태를 뜻한다. 야구서는 지고 있을 때 점수를 많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딕슨 야구사전에 따르면 1858년 미국 뉴욕타임즈 기자인 헨리 채드윅이 야구 기사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관중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랠리라고도 불렀다.
랠리는 자동차 경주 용어로도 쓴다. 폐쇄된 서킷에서 단거리로 열리는 레이스와는 달리 랠리는 일반도로에서 5,000km 또는 5일간 등 장거리 구간을 달리는 대회를 말한다. 국제적으로는 겨울에 열리는 ‘몬테카를로 랠리’와 유럽과 아프라키를 잇는 ‘파리-다카르 랠리’가 유명하다.
랠리는 일반 명사로는 대형집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의견이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중들이 모여 갖는 큰 모임을 랠리라고 부른다. 경제 용어로 랠리는 가격의 반등을 의미한다. 물가나 주식이 하락 후 가격을 회복하는 것을 말할 때 쓰기도 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등에 따르면 랠리라는 말의 어원은 프랑스어 ‘Rallier’에서 유래됐다. 통합하다는 뜻으로 접두어 ‘Re’와 ‘Lier’의 합성어에서 나왔다. 17세기초부터 영어에서 재결합하거나 재정렬 한다는 의미로 쓰였으며 집회 등이나 육체적, 감정적 상태를 묘사할 때도 사용했다.
스포츠용어로 랠리는 영국 테니스에서 먼저 사용했다. 1800년대 테니스 코트에서 플레이할 때 용어로 랠리를 썼다. 상대와 슛을 주고 받으며 연습하거나 워밍업을 하는 행위와 함께 점수를 따기 전에 선수끼리 주고받는 일련의 플레이를 일컫는 말이었다. 테니스에서 시작된 랠리는 스포츠 전반에 걸쳐 퍼졌다. 주먹을 교환하는 복싱 용어로 랠리를 사용하기도 했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4강신화를 낳은 한국팀은 랠리포인트제에 의해 극적인 풀세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예선전 일본전과 도미니카전, 8강전 터키전에서 치열한 랠리를 벌이며 승부를 풀세트로 끌고가며 잇달아 승리를 올려 국민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배구 여제’ 김연경은 듀스나 매치포인트에서 결정률 높은 강연타를 퍼붓고 짜릿한 명승부를 승리로 이끌며 최고의 수훈갑으로 떠올랐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여자배구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국민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는 큰 역할을 하며 인기종목으로 자리잡았다. 아울러 랠리라는 말의 의미도 새롭게 알게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랠리가 단순히 볼을 주고 받는 것으로 알던 팬들은 많은 점수를 내고 경기를 반전시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랠리라는 의미를 좀 더 폭넓게 알면 스포츠의 이해가 더 넓고 깊어질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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