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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74] 왜 서양 음식인 팬케이크(Pancake)가 배구 용어가 됐을까

2021-08-24 07:24

팬케이크는 국제배구 표준용어로 코트에 닿는 볼을 몸을 날려 손으로 처리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말한다. 사진은 국내 여자부경기에서 GS칼텍스 선수가 팬케이크로 볼을 걷어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팬케이크는 국제배구 표준용어로 코트에 닿는 볼을 몸을 날려 손으로 처리하는 고난이도의 기술을 말한다. 사진은 국내 여자부경기에서 GS칼텍스 선수가 팬케이크로 볼을 걷어내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팬케이크(Pancake)는 밀가루에 달걀, 우유, 설탕을 반죽하여 프라이팬에 구워서 만든 빈대떡 모양의 말랑 말랑한 서양 음식이다. 서양 사람들이 아침에 간단히 먹는 일상적인 음식으로 시럽이나 버터를 곁들인다. 팬케이크가 국제배구 용어로 사용된다는 것을 아는 스포츠팬들은 많지 않다. 국내서 팬케이크는 먹는 음식으로만 알았지 배구 용어로 잘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배구에서는 엄연한 표준용어로 사용한다.

팬케이크는 고난이도 디그(Dig)의 하나이다. (본 코너 472회 ‘왜 디그(Dig)를 리셉션(Reception)과 구분해 말할까’ 참조) 코트에 몸을 던져 손등으로 공을 받아내는 수비 플레이를 말한다. 이런 유형의 수비는 수비전문 리베로(Libero)가 잘 한다. 리시브 기본기가 좋은 리베로는 날아오는 볼을 몸을 날려 다이빙 캐치를 한다. 팬케이크는 일반적으로 팔을 펴 손바닥이 코트를 향해 볼이 손등에 닿도록 수비하는 것을 말한다. 배구 경기 중 가장 흥미진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수비수가 총력을 다해 코트에서 볼을 살리는 것을 보는 것은 짜릿한 느낌을 주게 하기 때문이다. 팬케이크는 극적일수록, 상대 공격이 강력할수록 더욱 빛이 난다. 이런 극적인 플레이에 대해 국내 배구에서는 이렇다할 명칭을 붙여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미국과 일본배구 등에서 팬케이크라고 부르는 까닭은 팬케이크처럼 평평한 몸동작으로 볼을 받아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 팬케이크는 인류가 농업을 시작했을 때 곡식을 갈아 물과 섞은 후 부쳐내 먹는 것에서 유래됐다. 최초의 요리 중 하나로 농경사회의 대표적 발명품이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시인 크라티누스와 마그네스가 시에서 팬케이크에 대해 썼다. 팬케이크라는 말은 15세기부터 영어에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며 미국에선 19세기 표준어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빈대떡과 같은 존재가 서양에선 팬케이크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팬케이크를 핫케이크라고 많이 부른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에서 4강에 오른 한국팀은 신장과 체력이 좋은 브라질, 세르비아 등과 겨뤄 공격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수비력, 특히 온 몸을 날려 캐치하는 팬케이크 능력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리베로 오지영을 비롯해 기본기가 좋은 ‘배구 여제’ 김연아 등이 상대 강연타를 받아내기 위해 완벽한 팬케이크 동작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상대에게 득점을 허용했다고 판단되는 볼을 잘 처리해 팀 동료들에게 올려주었던 것이다. 오지영과 김연아가 나란히 디그부분 1, 2위에 올랐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 보여주었다.

팬케이크 수비는 한 손을 뻗은 상태에서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하고 코트 표면에서 평평하게 미끄러지듯 해야 한다. 선수는 다이빙을 하고 팔이 바닥과 평행이 되도록 한다. 팬케이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이 손등에 닿도록 해 볼의 탄력과 몸운동에 의해 다시 공중으로 볼을 밀어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수비 플레이를 자주 성공시키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팀원들의 사기를 올려주며 상대 공격의 기를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팬케이크 수비는 배우기가 매우 어려운 동작이라 기술 능력이 좋은 선수들만이 수행할 수 있다. 자신감 있는 다이빙과 슬라이딩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연습 때 수많은 훈련을 통해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며 이러한 동작을 배운다. 결코 고통없이는 만들어 내기 힘든 고난이도의 기술이다.

팬케이크라는 음식은 달달하고 가볍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배구에서 팬케이크는 볼을 구하는 마지막 노력으로 소중하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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