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현은 12일 대구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7이닝동안 81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1몸맞는볼 8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9승째(4패)를 따냈다. 올시즌 17게임에서 8번째 퀄리티스타트이자 2019년 자신의 시즌 최다승(8승10패)를 넘어서는 커리어하이다.
단순히 커리어하이가 아니다. 투수의 제1덕목인 다승에서는 다승 공동 1위인 팀 후배 원태인, 에릭 요키시(키움)에 1승 뒤져 공동 3위이고 외국인투수가 독점하다시피한 평균자책점은 2.30으로 당당 1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만 해도 감히 상상하기 어려웠던 반전이다.
4월 6일 두산전에서 4이닝 3실점 패전을 안으며 시즌을 불안하게 출발한 백정현은 4월 5게임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3.81로 평범했다. 그리고 이 상태는 5월 중순까지 3게임 동안 5이닝씩을 버티며 선발투수 몫을 근근히 해냈으나 평균자책점은 5.40(15이닝 12실점 9자책점)에 이르러 오히려 더 나빠졌다. 이때까지 퀄리티스타드는 8게임에서 단 한 차례뿐이었다.
백정현이 반전의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것은 5월 26일 창원 NC전부터였다. 호세 피렐라의 13호 홈런, 오재일의 연타석 홈런 등 초반부터 화력의 지원을 받아 5⅓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것을 시작으로 연승행진을 시작했다. 9게임에서 6연승, 단숨에 다승 선두 대열에 뛰어 들었다.
더우기 놀라운 것은 이 동안 백정현은 가히 언터치블이란 점이다. 6월 5게임에서 2승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3게임에서 무실점 호투를 했고 3차례 퀄리티스타드를 했다. 5게임 30⅔이닝 5실점 3자채점으로 평균자책점은 0.88. 이 여세는 그대로 이어져 7월 2게임 모두 퀄리티스타트에 2승에 평균자책점 0.66, 그리고 올림픽 브레이크를 지나 후반기 첫 등판에서 또 7이닝 무실점했다.
9게임에서 6연승을 하는 동안 56⅔이닝 7실점(5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이 0.80밖에 되지 않는다. 순식간에 시즌 평균자책점을 2.30으로 끌어 내리며 워커 로켓(두산·2.38), 데이비드 뷰캐넌(삼성·2.43),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2.45), 앤드류 수아레즈(LG·2.52), 요키시(2.52) 등 쟁쟁한 외국인투수들을 모두 제쳤다.
당연히 이 또한 역대 개인 최고 기록이다. 또한 삼성 팀내 역대 좌완투수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준으로 하면 1993년 성준(2.07), 1984년 김일융(2.27)에 이어 당당 3위에 이름을 롤렸다.
그러나 이런 백정현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통합우승으로 '삼성 왕조'를 구가할 때 방관자의 역할에 머문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선발보다는 셋업맨으로 활약했으나 성적은 미미했다. 최고 성적이 2013년 28게임에서 1승1패 4홀드가 고작이었고 2014년에는 27게임에서 3패1세이브1홀드에 그쳤다.
이제 백정현은 원태인, 뷰캐넌과 함께 삼성 마운드를 책임지는 트리오 가운데 한명으로 발돋움했다. 2007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15시즌만에 처음으로 받아보는 에이스 대우다. 더구나 시즌 초반 해도 같은 FA이면서도 박해민과 강민호에 견주어 존재감이 없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더 가치가 높아졌다.
야구 전문가들은 "백정현이 구위나 제구가 완벽하게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공을 던지기 전까지 뒤에 숨기는 디셉션이 뛰어나 공의 체감속도가 빠르고 어떤 볼을 던지더라도 팔의 각도나 모양이 전혀 변하지 않는 특유의 유연한 투구자세에다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 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써내려가고 있는 백정현이 라팍(라이온즈파크)의 저주를 깨고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아울러 FA 대박까지 함께 이루어 낼 수 있을지 두고보자.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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