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패스(Pass), 세트(Set), 디그(Dig) 등으로 세분화된 동작을 한 데 묶어 일본식 영어 발음으로 ‘레시브르’라고 부른다. 상대가 날린 서브를 되받아치는 기술을 가르키는 말이다. 미국 인터넷 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원래 영어 ‘Receive’의 어원은 라틴어 ‘Recapere’로 회복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일본인들은 영어에서 ‘서브 리시브(Serve Receive)’라는 용어를 쓰는 대신 이를 한 단어로 줄여 사용한 것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이마쓰 히로부미(大松博文·1921~1978) 감독이 이끄는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최강 소련을 꺾고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일본 배구에 강한 영향을 받은 한국 배구는 일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리시브라는 말을 따라 배웠다. 한국여자배구는 대표팀이 다이마쓰 감독의 지도를 받았으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구기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한국배구에서 리시브가 토스와 함께 일본식 용어로 널리 사용하게 된 이유는 이런 시대적 배경 때문이었다. 배구가 탄생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는 리시브라는 한 단어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리시브라는 단어를 대체할 영어 용어는 충돌한다는 의미를 갖는 ‘Bump’이다.
국가대표 배구 선수출신으로 캐나다 서부 명문대 UBC(브리티시 콜럼비아대)에서 스포츠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은 엄한주 성균관대 교수는 “북미권에서 리시브라는 한 단어로 쓰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보통 우리가 쓰는 리시브라는 말은 ‘Bump’라는 표현으로 많이 쓴다. 서브와 연결해서 쓸 때는 ‘Serve Reception’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Bump’는 원래 갑작스런 강한 타격이나 충돌을 당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용어 사전 매리엄 웹스터에 따르면 1558년부터 영어에서 이 말을 사용했다. 자동차 차제 앞뒤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Bumper’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배구에선 팔뚝을 가까이 대고 위를 향해 볼을 받는 동작을 의미한다. 정확한 동작은 팔뚝을 맞댄 후 팔을 앞으로 뻗고 언더핸드 방식으로 공을 받아 동료에게 패스 또는 세팅하는 방법이다.
범프는 리베로가 볼을 받아 세터에게 넘길 때 많이 사용한다. 세터는 범프 패스를 받아 동료 공격수가 공격하기 쉽게 공을 세팅해 볼을 띄워준다. 따라서 범프는 배구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작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면 경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 대신에 앞으로는 ‘범프가 흔들리면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캐스터의 말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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