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실린더라는 말은 원통형 물체를 뜻한다. 인터넷 용어사전 매리엄 웹스터에 따르면 그리스어 ‘’Kylindros’, 라틴어 ‘Cylindrus’, 중세 프랑스어 ‘Cylindre’를 거쳐 1570년 영어로 들어왔다. 실린더 모양은 원통형의 깡통 구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다.
농구에서 실린더라는 말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불분명하다. 규칙과 벌칙이 점차 정교하게 변하면서 실린더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실린더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생겼다. 상대 선수가 공격자가 됐든, 수비자가 됐든 상상의 공간인 실린더를 침범할 경우 파울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간주하고, 심판은 주의 깊게 플레이를 살펴 본다. 만약 지속적으로 실린더를 침범하거나, 상대를 방해하는 행동을 한다면 파울이 선언된다.
특히 아마추어 농구에서 실린더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경기 중에 몸 충돌로 인해 불편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이 나오는데, 실린더 개념을 잘 이해하면 원만하게 플레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두 선수의 실린더가 겹쳐지는 상황일 때는 적용하는게 쉽지 않다. 수비에게 몸을 붙인 후 순간 돌파를 하는 미드 아웃, 리바운드를 위해 상대와 실린더를 겹치며 몸싸움을 하는 박스 아웃, 1대1 상황에서 수비와 몸싸움을 하며 움직이는 포스트 업을 할 때 심판은 조심스럽게 선수들의 몸동작을 살펴봐야 한다. 실린더가 겹친 상황에선 파울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린더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을 살펴보면 수비자가 공격자의 실린더를 침범하면서 손으로 공격자의 허리를 접촉하면 수비자 파울로 선언한다. 공격자가 자신의 실린더를 벗어나 팔꿈치로 수비자의 어깨를 막는 행위는 공격자 파울로 처리한다. 또 공격자가 정상적으로 서 있을 때, 등 뒤에서 수비자가 공격자의 실린더를 침범하였으나 신체접촉이 일어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상태로 본다. 공격자가 볼을 잡는 순간 수비자가 공격자의 실린더를 침범하거나 수비자가 공격자의 뒤에서 실린더를 침범함과 동시에 공격자의 가슴 등을 잡는 동작도 수비자 파울이다.
국제농구협회(FIBA) 규칙에서 실린더 원칙은 선수들에게 상상의 공간 안에서 독점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팔과 손을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있으나 바닥에 딛고 있는 발 보다 앞으로 나가서는 안되며 팔, 다리, 엉덩이도 발보다 너무 나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실린더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공간으로 설정하는데 이는 점프를 할 때의 동작까지 고려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상대 실린더를 침범하면 파울로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상대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실린더 원칙을 위반하면 심판은 곧바로 파울을 불 수 있다.
미국프로농구(NBA)서는 선수들이 몸 접촉을 판단할 수 있는 실린더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NBA는 다만 선수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밀거나, 잡거나, 몸을 구부리거나 팔을 뻗는 등의 행동을 하지 말도록 권유한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실린더 공간은 선수들 사이에서 서로 보호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공간이 설정돼 있지 않으면 농구는 마치 레슬링처럼 뒤엉켜 몸싸움을 하는 구기 종목이 될 수 있었다.
농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가 창안을 할 때 규칙부터 먼저 만들었다. 규칙에 따라 페어플레이와 팀플레이를 해야만 이길 수 있도록 규칙을 정교하게 정했던 것이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벌칙이 따르도록 했다. 벌칙의 기준이 실린더 개념으로부터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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