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맨은 야구볼을 치기위해 배트를 휘두른다는 의미인 ‘Swing’과 사람을 뜻하는 ‘Man’으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미국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Swing’은 고대 독일어 ‘Schwingen’에서 유래했으며 고대 영어 ‘Geswing’, ‘Swingan’을 거쳐 현재의 말로 발전했다. 무기를 갖고 휘두르거나 때린다는 의미였다. 스윙맨은 때라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스포츠 용어로는 1868년 미국 야구 초창기 기록자인 헨리 채드윅(1824-1908) 기자는 자신의 저서 ‘야구 게임(The Game of Base Ball)’‘에서 ’Swing’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1905년 투수의 투구 동작로 의미가 넓어졌다. 스윙이라는 말이 야구 용어로 정착하면서 다른 종목에서도 이 말을 활용하게됐다.
인터넷 용어사전 매리엄 웹스터는 농구에서 스윙맨이라는 말을 처음 쓴 것은 1965년이었다고 설명한다. 스몰 포워드와 슈팅 가드 두 가지 포지션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뜻하는 말이었다. 스몰 포워드는 파워 포워드보다 키가 작지만 슈팅과 드리블이 능하다. 슈팅가드는 슛을 쏘는 가드로 팀에서 주득점 역할을 한다. (본 코너 397회 ‘왜 슈팅 가드(Shooting Guard)라고 말할까’, 398회 ‘왜 스몰포워드(Small Forward)라 말할까’ 참조) 슈팅과 드리블를 잘 하면 두 포지션은 겸할 수 있다. 스윙맨은 이런 역할을 하는 선수를 뜻하는 말이다.
스윙맨은 NBA에서 키가 6피트5인치(192.7cm)부터 6피트9인치(202.8cm) 사이의 신장을 갖추고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잘 소화할 수 있는 드리블 능력을 가진 선수를 말한다. NBA에서 이 말을 쓰게 된 것은 상대 수비를 뒤흔들며 휘접고 다닌다는 의미에서 야구 용어를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다. 스피드와 순발력을 이용해 덩치가 선수를 제압하고, 덩치가 작은 선수를 상대로 힘과 길이를 이용해 압도하거나, 점프슛으로 몸집이 작은 선수를 넘어 슛을 쏜다. 스윙맨은 상대 매치업에 혼란을 일으키고 다재다능 능력으로 방어가 매우 어ᅟᅧᆸ다는 것이 입증됐다.
NBA에서 최초의 스윙맨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존 하블리첵(1940-2019)을 꼽는다. 그는 보스턴 셀틱스 한 팀에서만 16시즌을 뛰었고 8번의 NBA 우승을 기록했는데, 그 중 4번은 첫 4시즌 동안 이루었다. NBA에서 팀 동료였던 빌 러셀과 샘 존스만이 해블리첵보다 우승 횟수가 많으며, NBA 결승에 8번 진출해서 8번 모두 우승한 3명 중의 한 명이다. 스태미너가 뛰어난 그는 1953년 미국 영화배우의 우상 존 웨인이 출연한 ‘혼도(Hondo)’에서 영감을 받아 똑같은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식스맨’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본 코너 401회 ‘식스맨(Sixth Man)은 어떻게 생긴 말일까’ 참조)
스윙맨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 ‘아이스맨(Iceman)’ 조지 거빈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막강한 득점력을 발휘하면서 유행했다. 샌안토니오 스퍼츠에서 활약했던 그는 전통적으로 한 포지션에서 뛰는 것을 거부하고 가드와 포워드를 넘나들며 별명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지난 해 1월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숨진 코비 브라이언트(1978-2020)는 역대 최고의 스윙맨으로 평가받았다. 코비는 NBA 올스타전 MVP만 4회(2002ㆍ2007ㆍ2009ㆍ2011년) 수상했다. 2007년에 NBA 정규리그 득점왕, 2008년에 NBA 정규리그 MVP, 그리고 2009년과 2010년 NBA 파이널 MVP를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8년 만에 남자농구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은퇴할 때까지 20년을 줄곧 LA 레이커스에서만 활약했는데, 이 기간 동안 팀을 5번 NBA 정상에 올려놓았다. 특히 NBA 통산 득점은 3만 3643점으로 카림 압둘 자바, 칼 말론, 르브론 제임스에 이어 NBA 역사상 네 번째로 많다.
그는 현란한 기술을 앞세워 항상 코트 위에서 최선을 다했다. 1대1 뿐 아니라 훅 슛과 페이드어웨이 점프슛을 주로 쏘다가 미끄러지듯 베이스라인으로 빠지는 플레이를 선호했다. 수비를 달고도 3점슛을 곧잘 날렸다.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두루 소화한 그의 정교한 슛은 오랫동안 엄청난 훈련으로 만들어졌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