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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34] 왜 피벗(Pivot)이라고 말할까

2021-07-14 07:24

피벗은 농구에서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기본 기술이다. 사진은 올 NBA 챔피언 결정전서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골밑슛을 성공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피벗은 농구에서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기본 기술이다. 사진은 올 NBA 챔피언 결정전서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골밑슛을 성공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피벗(Pivot)은 농구, 테니스 등의 구기(球技)에서 한 발을 축으로 하여 방향을 바꾸는 행동을 의미한다. 볼을 들고 있는 선수가 한쪽 발을 바닥에 고정시키고 다른 쪽의 발 만을 움직여도 '캐링 더 볼(Carrying The Ball)'이 적용되지 않는다. 볼을 뛰어 올라가서 잡고 양발을 동시에 지면에 닿고 설 경우 좌우 어느 쪽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발을 피벗 중심 축으로 할 수 있다. 가령 볼을 받을 때 왼쪽 발을 오른쪽 발보다 빨리 지면에 짚고 섰을 경우 왼쪽 발만을 중심 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오른쪽 발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피벗 풋을 들어 올렸다면 다시 지면에 닿기 전에 패스나 슛을 해야 한다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는 트래블링이 선언된다. (본 코너 424회 ‘ 여행을 의미하는 트래블링(Traveling)이 어떻게 반칙용어로 쓰이게 된 것일까’ 참조)

원래 피벗이라는 말은 핀 또는 받침 점을 의미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정확한 어원의 기원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빗의 날(Tooth of Comb)이라는 의미인 프랑스어 ‘Pue’나 점(Point)의 의미인 스페인어 ‘Pu’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용어사전 위키너리는 피벗이 12세기 프랑스어 ‘Pivot’에 기원을 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부 언어학자는 단검(短劍)을 의미하는 라틴어 ‘Pugio’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피벗의 어원을 말한다. 파이프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Piva’도 피벗과 상관 관계가 높은 말이라는 설도 있다.

18세기 중반까지 영어 피벗은 일의 중심으로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많이 활용됐다. 이후 군사학, 언어학, 스포츠, 수학 등에서 중요한 의미라는 뜻으로 쓰였다. 오늘날 동사로서 피벗은 특정한 행동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석에서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선회하거나 앞으로 나아가는 의미로 쓰인다.

농구 용어로 쓰인 것은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가 농구를 창안하면서부터 였다고 한다. 1890년대 후반부터 농구 선수들이 한 발을 바닥에 짚고 다른 한 발은 움직이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피벗은 농구에서 가장 기초적인 스텝 방법이다. 드리블, 패스, 슛을 하는데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피벗을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면 여러 플레이를 하는 데 상당히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피벗 기초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고급 기술로 이어질 수 없다. 강력한 1대1 공격무기인 '잽(Jap) 스텝'은 피벗 풋을 능숙하게 하지 못하면 제대로 할 수 없다. 발을 이용해 체중이동을 잘 해야하기 때문이다. 원 투 스텝을 할 때도 피벗 풋을 자연스럽게 해야 가능하다. 점프 스텝도 피벗 풋을 자유롭게 선택해야 잘 할 수 있다. 슛팅 기술인 턴어라운드 슛도 피벗을 사용한다. 또 드리블 중에 턴 어라운드를 하는 기술도 결국 피벗 풋을 사용하게 된다.

피벗이 중요한 이유는 선수들이 원할 때 멈출 수 있다는 점이다.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 3점슛 사인부터 림까지 단숨에 접근해 드라이브나 레이업 슈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상대 수비진들의 집중적인 방해를 받는다. 이 때 일단 멈추고 다음 플레이로 이어가야 볼을 빼기지 않고 안전하게 다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수비 상황을 먼저 보고 패스, 슛을 할지 판단하기 위해선 멈추서 숨고르기를 하는게 유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벗은 매우 긴요하게 활용될 수 있다.

NBA의 최고 슈터들은 피벗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공격 기회를 잘 만든다. 필요할 때 침투할 것인가, 적당히 볼을 돌려 공격의 성공률을 높을 것인가를 순간적으로 판단한다. 만약 피벗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이런 멈춤 동작을 잘 할 수 없다.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앞만 보고 돌진하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이다.

피벗이라는 말은 비단 농구 뿐 아니라 국가나 기업 경영에서도 중요한 단어로 많이 쓰인다. 국가 정책을 전환한다든지, 기업 경영전략을 바꾸거나 할 때 피벗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피벗의 태생적 어원처럼 머리를 빗어 넘기기 위해 확실한 빗질을 해야하는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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