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육탄 방어는 온 몸을 다해 수비하는 것을 일컫는다. 골키퍼를 포함해 수비수가 골문 앞에서 몸을 던져 공을 쳐내거나 막아낼 때 쓰는 표현이다. 국내 축구 보도에서 수비하는 팀이 경기 막판에 필사적으로 골을 막아내는 장면을 전할 때 이 표현을 종종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래 전 일본식 한자어에 익숙했던 일제 시대부터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육탄전이라는 말과 비슷한 의미로 육박전이라는 말도 쓴다. 육박전(肉薄戰)은 한자어로 적과 직접 맞붙어서 총검으로 치고받는 싸움이라는 뜻이다. 축구 등 스포츠에서는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며 경기를 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영국식 영어에서 육탄 방어와 비슷한 말로는 ‘Last-Ditch Defending’라는 표현을 쓴다. ‘Ditch’는 도랑, 참호와 같이 땅을 파서 적의 공격을 막는 장소로 사용한다. ‘Last Ditch’는 마지막 방어라는 의미이다. 온 몸을 다해 필사적으로 수비하는 것과 연관된다. 마지막 마지노선을 방어하기 위해서 수비수들은 과감하게 몸을 던진다는 의미이다.
역대 한국축구에서 육탄전으로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로는 이임생, 황선홍, 김태영, 최진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임생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전 벨기에전에서 ‘붕대 투혼’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선 황선홍과 최진철이 머리가 깨져 붕대를 감고 경기를 펼쳤으며, 김태영도 코뼈가 부러진 채 보호용 마스크를 끼고 스페인과의 8강전, 독일과의 4강전에 나서기도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육탄전을 불사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FC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는 비록 1m69의 작은 체격이지만 장신 수비수들을 헤치며 화려한 드리블과 함께 거칠게 치고 들어가는 장면은 그가 육탄전을 치를만큼의 강인한 정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아무리 탁월한 기술과 스피드를 갖추더라도 끝까지 싸우는 투혼이 없다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음은 물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없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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