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서 종료 직전 승부를 뒤집는 결정적인 골을 이른다. 보통 추가시간에 터지는 극적인 결승골이나 동점골을 의미한다. 종료 직전 승부를 뒤집으면서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극적인 장면의 골을 줄여서 쓴 말이라고도 한다.
수십년전 축구 기자를 할 때는 이 말을 쓰지 않았다. 최근 축구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보니 후배기자들이 종료 직전 승부를 결정짓는 극적인 골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는 것을 알게됐다. 종전에는 ‘극적인 골’로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축구 기사에서 극장골이라는 말을 읽었을 때 무슨 뜻인가 궁금했다. 극장과 골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 의아해 하기도 했다.
이 표현은 원래 영어 ‘Last-Gasp Goal’ 또는 ‘Last-Minute Goal’를 대체하는 우리 말이다. 영어 뜻은 막판에 골이 들어가서 패배를 면하거나 역전승을 이끌 골이라는 의미이다. ‘Last-Gasp’는 막판 숨이 허떡이는 순간이라는 말이다. ‘Last-Minute’는 마지막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라는 뜻이다. 둘 다 같은 의미이다. 90분간 이후 선수 교체 등으로 인해 생긴 추가 시간을 가르킨다.
수년전 젊은 스포츠기자들이 농구용어인 ‘버저 비터(Buzzer Beater)’라는 국적없는 표현을 이 말을 대신해 사용하는 것을 봤다. 버저 비터는 농구에서 버저, 즉 경보기가 울리는 동시에 날린 슛이 성공한 것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막판 골이 터졌다는 상황은 비슷하지만 축구에서는 종료를 알리는 것은 주심의 휘슬(Whistle)이기 때문에 이를 가져다 쓴 것은 한참 잘못된 일이었다. 일부 축구해설가들이 버저비터를 쓰기도 했지만 얼마 뒤 이 표현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고 현재는 쓰지 않는다.
극적인 골이라는 표현을 대체한 극장골은 잘 만든 표현으로 보인다. 극적인 골을 넣는 것이 하나의 극(劇)과 같다는 뜻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동영상 시대의 현재 흐름에 잘 부합하는 말인 것으로 보인다.
극장골이 ‘극적인 골’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게 된 건 ‘극(劇)’이란 말이 ‘극장(劇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같은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듯 극적인 상황을 축구장에서도 볼 수 있다는 연상을 갖게한다. 극적이라는 말이 극장과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것이다.
극장골이라는 말은 특정 상황에 따라 만들어진 표현이 자리 잡는데 언론 기사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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