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용어에서도 ‘메리 고우 라운드’라는 말을 쓴다. 루상의 주자가 만루 시 투수가 상대타자에게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3루주자가 득점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말로는 ‘밀어내기’라고 말한다. 일본어로는 ‘오시다시(押し出し)’라고 말한다. 억지로 눌러서 내보낸다는 뜻이다. 밀어내기라는 우리 말은 일본어에서 유추해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영어나 우리 말, 일본어 모두 공격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생각된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밀어내기로 점수를 내주는 것은 스스로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해 기분이 대단히 좋지 않을 것이다.
밀어내기를 허용하면 1점을 그냥 내주고 아웃카운트나 주자 상황도 전혀 바뀌지 않는다. 다만 타자만 다음 타순으로 바뀔 뿐이다. 투수들은 간혹 공을 잘 때리는 강타자를 만날 경우 정면승부로 많은 점수를 내주는 것보다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으로 한 점만 허용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강타자를 피하고 다음 타자와 승부를 벌여 점수를 적게 주려는 계산으로 밀어내기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대개 투수들의 불안정한 공 컨트롤 때문에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자가 꽉 찬 만루 상황에서 아무리 배짱좋은 투수라 할지라도 마음먹은대로 공을 던지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스트라이크나 볼을 평소처럼 선택해서 던지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투수가 컨트롤 난조를 보이면 밀어내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밀어내기는 타자와 투수간에 벌어지는 심리전의 결과일 수도 있다. 타자들은 만루 상황에서 상당히 긴장한 모습으로 배팅에 들어선다. 자신이 있는 공이 와도 웬만해서는 잘 치지 않는다. 파울 등으로 공을 처리하면 확실한 것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을 피해 밖으로 던지며 점점 볼카운트가 나빠질 수가 있다.
밀어내기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끝내기를 당했을 때다. 프로야구서도 밀어내기 끝내기 상황이 간간히 벌어진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밀어내기 끝내기는 6번 정도 있었다고 한다. 기록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1955년이후는 딱 두 번있었다. 1998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런타자 베리 본즈와 2008년 텍사스 레인저스 조시 해밀턴이 밀어내기 주인공이었다.
KBO리그서는 2011년 6월17일 LG트윈스와 SK와이번즈전 9회초 1사후 4-1로 LG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LG 신인투수 임찬규와 이대환이 5연속 볼넷, 4연속 밀어내기와 1안타를 허용하며 5점을 내주고 6-4로 패했다.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 역시 2011년 4월3일 3연속 밀어내기를 내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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