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남자 프로골퍼의 경우 많은 시간 투어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다. 이것이 원인이 돼 이혼까지 가는 사례가 왕왕 생긴다. 2006년 호주의 전설적 프로골퍼인 그레그 노먼은 24년간 함께 살아온 부인 로라와 이혼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콜린 몽고메리는 아내 에이미어와 14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했다. 에이미어는 이혼서류에서 ‘나를 불안과 우울 속에 남겨둔 것은 남편의 골프 사랑’이라고 밝혔다.
골프 과부는 비공식적이고 유머러스한 용어이지만 골프의 사회적 단면을 보여준다. 골프와 과부가 합성된 말이다. 원래 과부는 남편이 죽어서 홀로된 여자를 의미한다. 한자로 '적을 과(寡)'를 쓰니 '뭐가 부족한 부인인가?'라고 해석하면 착각이다. 그 한자는 원래 뜻이 배우자를 잃은 사람으로 '과부 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골프 과부는 골프에 남편을 빼앗긴 여자를 가르킨다.
골프 시즌에 호텔에는 골퍼들로 가득찬다면 골프 과부들은 스파로 가 남편에 대한 아쉬움을 달랜다는 보도를 외국이나 국내서도 이따금 볼 수 있다. 요즘은 여권(女權)이 세지면서 젊은 아내들이 ‘골프 과부’ 노릇을 하지 않으려한다. 남자가 골프를 치면, 여자도 똑같이 골프를 하는 커플이 많다. 중년 부부들이 함께 주말이나 주중에 같이 부부가 라운드를 나가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골프 얘기만 나오면 주로 남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떠드는 경우가 많다. 부부가 골프를 같이 치기에는 골프 값이 아직은 상당히 부담이 되는 관계로 남자들이 비즈니스와 사회 네트워킹을 목적으로 골프를 즐기는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따라서 골프 과부는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골프 과부라는 말은 일찍이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골프 백과사전에 따르면 산업화, 도시화가 한창이던 1920년대 골프 과부를 소재로 한 산문과 시가 대중 잡지 등에 실렸다. 1917년 4월 ‘아메리칸 골퍼’에 ‘골프의 도덕적 가치’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골프 과부는 쓸쓸한 운명을 달래지 말고 고독 속에서 기뻐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골프뿐만 아니라 낚시, 등산, 테니스, 마라톤 등은 모두 중독성이 강하다. 그래서 이들 종목에선 오래전부터 '주말과부’라는 말이 유행했다. 주말이나 공휴일만 되면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새벽에 집을 나섰다가 밤늦게 한잔 걸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아내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골프는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도시에서 벗어난 지역에 골프장이 있다 보니 왔다 갔다 하고 골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5시간 이상 정도 되는 등 거의 낮시간을 모두 할애해야 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필요한 운동이다. 골프 마니아들은 4월초부터 11월 말까지 잔디가 푸르를 때를 골프치기 가장 좋은 기간으로 여긴다. 5.16, 10.26은 열혈 골퍼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짜라기 보다는 그저 골프하기에 최고의 날일 뿐이다. 골프치는 즐거움을 방해하는 어떤 것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골프를 ‘Better than sex’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실제로 ‘마누라보다 좋은 골프이야기’라는 책을 쓴 방송작가 겸 골프 칼럼니스트도 있었다.
하지만 골프과부에게 골프는 끔찍한 운동일 뿐이다. 남편을 빼앗가고,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깨뜨리는 '적'이라고 생각한다. 골프에 심각하게 빠진 주말 골퍼라면 한번 쯤 골프 과부인 아내와 가정을 위해 자신의 골프 삶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골프냐, 가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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