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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 산책 30] ‘캐디’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

2020-05-25 06:48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동료골퍼인 캐디 양채린과 조언을 듣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 슈퍼매치에서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동료골퍼인 캐디 양채린과 조언을 듣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2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 오션코스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매치 고진영 vs 박성현’ 자선 이벤트를 TV로 봤다. 이날 숨막힌듯 드라마틱한 무승부를 펼친 둘은 각각 평소 절친사이인 동료골퍼를 캐디로 썼다. 고진영(25)과 박성현(27)은 각각 KLPGA 투어선수인 양채린(25)과 최민경(27)을 캐디로 동반했다. 선수와 캐디들은 경기 도중 코스 공략과 클럽 선택 등에 대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현역 프로골퍼가 캐디를 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은 특별 이벤트였던만큼 동료 프로골퍼가 자청해서 캐디를 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상금 규모가 큰미국 LPGA의 경우 전문 캐디가 활동하고 있다. 보통 KLPGA에선 아마추어 골퍼들이거나 골프를 좀 아는 가족이나 지인 등이 캐디를 맡는다. 일반 골프장에선 골프장에 소속된 캐디가 있는데 경기보조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정의 서비스요금을 받는다.

‘캐디(caddie)'는 골프에서 골퍼의 가방과 클럽을 들고 다니며 마치 선생님과 같은 통찰력 있는 조언과 지원을 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훌륭한 캐디는 골프 코스와 장애물을 잘 알고 있으며, 골프 코스를 공략하는 전략도 함께 갖고 있다. 코스에 대한 정보도 해박해 전반적인 야드, 핀 배치 및 클럽 선택 등에 대해 조언을 한다.

캐디는 보통 클럽이나 리조트의 직원이 아니다. '독립 사업자'로 분류되는데, 기본적으로 자영업자로 골프장으로부터 어떠한 혜택이나 특혜도 받지 못한다. 일부 클럽과 리조트에는 캐디 프로그램이 있지만 혜택은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골프장이 골프장 질서와 운영을 위해 캐디를 쓴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진행을 빨리해 골프장 수입을 올리는데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미국과 유럽등에서는 대부분의 클럽들이 캐디를 동반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골프 백과사전 등에 의하면 최초의 캐디는 1817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등장했다. 스코틀랜드 단어 ‘캐디(caddie)', 또는 '카디(cawdy)’는 17세기에 프랑스 단어 '카데(cadet)'에서 유래했다. 원래 군 장교가 될 ‘예비학생’을 의미했다. 나중에 이상한 일을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기도 했다. 19세기에 이르러 캐디는 골프 선수를 위해 클럽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의미하게 됐다. 영국출신의 화가 레뮤얼 프란시스 애벗 (1760 ~ 1803)은 '한 골프 캐디(A golf caddie, 1790)' 작품에서 귀족차림의 골퍼 옆에서 귀족풍의 옷을 입고 클럽을 들고 있는 캐디의 모습을 그렸으며, 1900년대 초 미국 언론의 삽화가 마구에리트 마틴은 캐디가 담장에 기대며 골프를 치는 부부를 지켜보는 상상력 넘친 그림을 발표하기도 했다.

캐디는 골프 선수와 코스를 같이 걷는다. 캐디는 선수의 가방을 메고, 클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그린에 있을 때 공을 씻는 일을 담당하며, 골프 선수보다 먼저 걸어가 공을 위치시키고 핀까지의 거리를 계산하거나 러프, 해저드, 벙커 등 위험요소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한다. 골퍼들은 캐디에게 어떤 클럽을 써야할 지, 퍼트를 어디에 겨냥해야 할지 등의 의견을 묻기도 한다. PGA(프로골프협회)와 LPGA(여자프로골프협회)에서 골퍼가 캐디와 여러 의견을 나누고 돕는 일을 허용한다. 캐디는 골퍼를 위해 여러 지원을 함으로써 골퍼의 라운드를 즐겁게 해준다. 이는 골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이다.

지난 70~80년대 프로골프 초창기에는 캐디 출신들이 KLPGA 골퍼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미 LPGA 대회에서 우승을 한 구옥희를 비롯해 한명현 등 많은 프로골퍼들이 캐디 출신이었다. 지금이야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골프 인구가 많지 않고 골프를 돈 많이 드는 사치 스포츠로 인식하던 시절에는 캐디가 골프를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주말 골퍼들 가운데 일부 매너 나쁜 이들은 자신의 플레이가 잘 안 될 때 동반 캐디에게 화를 내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광경들을 간혹 목격하게 된다. 이는 골프를 전혀 모르고 하는 행동이다. 동반자인 캐디는 신성한 노동을 하면서 그에 대한 댓가를 받는 근로자라는 것을 생각하며 개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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