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회장의 개인 의견은 좀 달랐다. 원 회장에 따르면 학문적 어원상으로 볼 때 게임메이커가 더 맞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스포츠사회학’ 제1장에 스포츠의 개념에 대한 글을 소개했다. 스포츠는 ‘movement(움직임)-play(놀이)-game(게임)-sport(스포츠)’의 단계로 진화했다고 한다. 'play'는 갈증을 의미하는 라틴어 ‘plaga'와 독일어 ’spiel'에서 유래한 말로서 결과나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자발적인 인간의 본능적인 활동이라는 것이다. ‘game’은 기쁨을 의미하는 독일어 ‘gaman'에서 유래된 말로서 ’play'가 발전된 형태로서 경쟁적인 활동이라는 특징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게임메이커’가 ‘플레이메이커’보다 합당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일본식 영어로 ‘플레이메이커’보다 ‘게임메이커’라는 용어를 썼던 것도 이런 연유가 있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원 회장은 “언어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동시대에 공감하는 방향으로 쓰여지는 것 같다”며 “최근 만들어지는 말(조어) 등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문제가 없다. 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했지만 때로는 명확하게 수학처럼 답을 낼 수 없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보면 ‘게임메이커’는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 등 TV 게임 등 IT게임 관련 제작자라는 설명으로만 돼 있을 뿐 스포츠와 관계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영국 웹스터 영어사전에선 이 단어는 아예 존재하지 않고, 'gamekeeper', 'gamester' 등 스포츠가 아닌 게임과 관련된 단어만 올라있다. ‘플레이메이커’는 위키피디아와 웹스터 사전에도 모두 스포츠와 관련해, 축구 등에서 플레이의 흐름을 조절하거나 만들어 골로 이어지는 패스동작에 관여하는 선수를 말한다고 설명돼 있다.
축구에서 플레이메이커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다소 겹치지만 플레이메이커가 반드시 단일 포지션에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플레이메이커들은 날개로, 혹은 창의적이고 보조적인 공격수로도 활동할 수 있다. 일부는 미드필드에서 빌드업 플레이에 참여하는 것을 번갈아 가면서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일부는 미드필드 라인 뒤에서 스위퍼 등 깊은 수비거리에서도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한다. 플레이메이커는 보통 수비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수비형 미드필더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미드필더와 포워드들이 창조적이고 기술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대부분 플레이메이커인 경향이 있다. 공격형 플레이메이커는 대개 10번 마크를 단다. 그들은 보통 시야, 슈팅, 패스, 크로싱, 드리블 능력을 갖춘 빠르고 민첩하며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골을 넣고 어시스트, 스루볼, 공격 플레이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펠레, 지코, 미셸 플라티니, 디에고 마라도나, 지네딘 지단, 로베르토 바르지오, 루이 코스타, 마이클 로드리프, 게오르게 하기, 프란체스코 토티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선천적으로 왼발인 리오넬 메시가 처음에는 전 바르셀로나 감독 프랭크 레이카르트의 지휘 아래 오른발까지 쓰며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자리를 잡았다. 은퇴한 호나우지뉴, 데이비드 베컴 등도 긴 패스와 크로스를 잘 처리하며 빼어난 평가를 받았다. 한국 축구에선 조광래, 최순호, 기성용, 이강인 등이 플레이메이커 계보를 잇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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