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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 용어산책 9] 왜 ‘똥볼’이라 부르나

2020-04-26 08:16

대표팀 축구경기에서 이따금 '똥볼'이 나와 관중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진은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서 한국 조영욱이 슛을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표팀 축구경기에서 이따금 '똥볼'이 나와 관중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사진은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서 한국 조영욱이 슛을 시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십년전 읽은 소설가 방영웅의 대표작품 '분례기'의 주인공 이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똥예’. 변소에서 태어났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호적에 올린 한자이름은 ‘분례(糞禮 )’였다. 소설에서는 변소에서 낳은 아이는 이름에 ‘분(糞)’를 넣어야 오래 살고 복 받는다는 동네 어른들의 말을 듣고 지은 이름이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똥’을 욕으로 쓰는 경우가 드물다. 일본어에서는 똥을 뜻하는 ‘쿠소(糞)’를 사용한 ‘쿠소타레(糞垂(れ, 똥싸개)’라는 말은 심한 욕으로 취급한다. 영어를 비롯해 서양에서도 똥은 욕에 자주 포함된다. 반면에 우리는 똥 대신 대부분 성적 비하나 부모 비방과 같은 말들을 써 욕을 한다. 일본, 서양 등과 달리 똥을 욕으로 표현하지 않는 문화를 갖게 된 것은 똥을 농사에 필요한 거름으로 여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똥을 비료로 사용하는 농경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남의 집에 가서 똥이 마려워도 참고 꼭 자기 집까지 와서 변을 봐야 한다는 말도 있을만큼 똥을 생산력의 근간으로 보았던 것이다. 반면 유럽의 경우는 도시가 일찍부터 발달해온 터라 요강에 담긴 똥을 창문 밖에 던져버리는 풍습이 만연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축구에서 ‘똥볼’이라는 말이 있다. 골문을 크게 벗어난 슛이라는 의미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따금 등장한다. 오래 전 모 신문 표현이다. “ooo은 상대 골문 앞에서 거의 실수가 없다. ‘똥볼’을 내지르지 않는다”,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길게 날아갔다.ooo 골키퍼가 공을 따라 서서히 움직였다. 관중은 ‘똥볼’에 야유를 보냈다”.

왜 볼 앞에 ‘똥’자를 붙였을까 궁금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똥볼’에서 ‘똥’은 더럽다는 의미보다는 가치없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똥을 강한 욕설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비하적인 표현으로는 널리 쓰였다. 대표적으로 고물차를 ‘똥차’라고 부른다. 오래되고 낡은 차라는 의미이다. 노총각, 노처녀를 가리켜 “저 똥차를 치워야하는데”라며 어른들이 말하기도 한다. 한 때 잘난 척하는 사람들에게 면박을 주기 위한 용도로 “니 똥 굵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또 경상도 사투리에서 얼토당토 않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니 똥이다“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똥값‘ ’똥개‘ 등은 가치없는 것을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똥볼’은 사람들이 보기에 어설프기 짝이 없는 슛을 말한다. 공이 제대로 뜨지 않고 굴러 가거나, 너무 지나치게 공이 떠서 하늘로 날아가는 홈런성이 됐을 때 이를 ‘똥볼’이라 부른다. 모두 발에 엉겁결에 맞아 공이 방향을 잃는 경우이다.

오래전 네덜란드에서 영입한 한국축구 지도자 전문강사 로버트 레네 앨버츠는 “한국 선수들은 빠르고 투지도 넘치는데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경기 템포가 빨라지고 허둥거리게 돼 조직력이 깨지고 어이없는 슛을 남발한다”며 ‘똥볼’을 자주 차는 한국축구의 결정적인 약점을 지적했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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