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상금액을 경신하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즌 대회 수는 17개로 이 역시도 20개를 넘기지 못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경우 2019시즌 29개 대회 총상금 226억 규모로 치러진다. KLPGA투어와 비교했을 때, 대회수는 17개, 총상금은 80억 원이 차이난다.
또한 KLPGA투어의 경우 올 시즌 1개 대회가 늘어났고, 총상금은 무려 20억 원이 늘었다. 반면, KPGA투어는 지난해와 대회 수가 동일하고, 총상금만 5억원 증액됐다.
속도보다 내실, KLPGA와 비교했을 때 KPGA는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코리안투어는 지난 2012년부터 침체기를 걸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매 시즌 14개 대회씩을 치렀고, 2015년은 12개 대회로 시즌을 마쳤다. 2016년 13개 대회를 치렀지만 총상금은 95억 원으로 100억 원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던 2017년 KPGA는 카이도 시리즈를 새롭게 만들었다. 2개의 대회가 폐지되고, 7개의 대회가 신설됐으며, 7개 대회는 모두 카이도 시리즈였다. 8개 대회로 구성된 카이도 시리즈는 총상금 36억 원으로 코리안투어에 새바람을 불어 일으키는듯 했다.
2017년 코리안투어는 전년도보다 6개 대회가 증가한 19개 대회를 치렀다. 또한 총상금은 44억 5천 만원이 증액되어 역대 최다 상금액인 139억 5천 만원으로 치러졌다.
표면상으로 봤을 땐 엄청난 속도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진 듯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투어 발전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등을 이유로 대회 수를 증가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
카이도 시리즈 8개 중에 4개 대회는 총상금 3억원으로 치러졌다. 본선 진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하위권 선수들은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코스 컨디션의 문제도 불거졌는데, 특히 잔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코스에서 대회를 강행한 것이 문제였다. 대회가 코 앞 인데도 대회장 섭외가 쉽지 않았고, 페어웨이는 물론 그린의 잔디도 제대로 관리 되지 못한 곳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즉, 토너먼트 코스로는 볼 수 없는 코스가 많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기력 향상은 커녕 오히려 샷감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은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갑작스레 상금이 반토막 났고, 상금 지급도 원할하지 못했다. 또한 인건비와 장비대여료 미지급 등 외주 인력들의 불만과 갤러리 상품 미지금 등으로 잡음을 냈다.
그럼에도 카이도는 2018년 4개 대회 총 20억원 규모로 단독 후원하겠다는 협회에 전달했지만 이 역시도 무산되며 갑작스레 자취를 감췄다.
매운맛을 본 코리안투어는 지름길이 아닌 안정적인 길을 선택했다. 카이도 시리즈는 사라졌지만, 기존 대회 유지와 기반이 튼튼한 스폰서의 손을 잡고 신규 대회를 개최하는 등 총 17개 대회 개최에 성공했다. 대회 수는 2개 줄었으나, 총상금은 141억으로 최다 상금액을 또 다시 경신했다.
무엇보다 1년 내내 선수들이 최상의 코스 컨디션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는 것이 호재였다. 또한 신설 대회 모두 5억원 이상의 굵직한 대회로 구성됐고, 잡음 없이 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다.
올해 역시 코리안투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느리지만 차근차근 발전을 꽤하고 있다. 특히 주관 방송사인 JTBC와 4년간 대회를 2개씩 늘려가는 방안을 택했다.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매년 각 사에서 1개씩 대회를 늘리는 것으로 협의했다. 만약 대회를 늘리지 못할 경우에는 각 사의 예산으로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이 속도대로라면 추후에는 20개 이상의 대회 개최도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KPGA의 청사진, 허황된 꿈은 아닐까? 코리안투어는 추후 20개 이상 대회를 그리고 있지만 쉬운일이 아니다. 올해 역시 TBA(To Be Announced 추후 발표)로 아직 발표되지 않은 대회가 3개나 존재한다.
박국장은 대회를 유치함에 있어 '국제 경쟁력과 스폰서 선호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장 규모를 떠나 국제경쟁력만 놓고 봤을 때, 남자골프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하며 "뿐만 아니라 프로암 등에서도 남자 선수들의 선호도가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경쟁력은 대회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8년 KPGA투어는 총 20개 대회로 역대 최다 대회 개최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는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할 때다. 2002년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시즌 2승을 거두며 붐을 일으켰다. 2005년에는 크라이슬러 클래식, 2006년에는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2연승을 거뒀고, 2007년 시즌 2승 등 남자골프의 인기를 견인했다.
여자투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투혼으로 우승하며 붐을 일으켰고, 이후 최근에는 박세리키즈들이 바톤을 이어받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점령하는 덕에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남자투어의 경우 제 2의 최경주가 나오지 않으면서 침체기를 맞았다. 많은 최경주 주니어들이 PGA투어 입성을 꿈꾸지만, PGA의 경우 워낙 선수층이 두터운 탓에 정규투어 입성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상문, 김시우, 안병훈, 강성훈, 이경훈, 임성재 등이 그 벽을 넘었고, 현재 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선수 중 한국 선수들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좀처럼 우승이 나오지 않은 것도 골프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대회 유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경쟁력을 갑자기 높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돌파구는 있을까? 일반 갤러리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코리안투어는 자체적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첫 번째는 코스 세팅이다. 2017년과 2018년, 불과 1년 만에 코리안투어 코스 세팅이 크게 달라졌다. 2017년의 경우 점점 코리안투어의 코스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불평이 끊이지 않았다. '장타가 우세'하다는 세계 무대 추세와는 반대로 코리안투어 평균 전장은 7000야드 초반에 그쳤고, 곳곳에 OB(Out of Bounds)티가 꽂혀있어 드라이버를 잡을 수 없게 만드는 코스도 있었다.
하지만 2018년은 달랐다. 평균 전장이 무려 7206.17야드로 크게 길어졌다. 가장 긴 전장은 제주 오픈으로 7433야드에 달했다. KPGA선수권 대회는 전장을 늘릴 수 없자, 기준 타수를 70타로 줄이는 파격적인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또한 OB티 역시 자취를 감췄는데,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OB티는 제거해,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장타를 쳐야만 하는 코스로 탈바꿈했다.
뿐만 아니라 페어웨이는 타이트하게, 러프는 길게 조성해 정확한 샷을 구사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린은 단단하고 빠르게 해 선수들의 쇼트 게임을 보는 재미를 더했다.
어려운 코스에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물론이고, 기존 코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트러블 샷들을 눈 앞에서 보는 갤러리들의 반응도 한 층 뜨거웠다.
두 번째로 팬과의 스킨십을 높였다. 여전히 코리안투어 선수들은 뻣뻣하며, 팬서비스를 할 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옛말이다. 코리안투어는 지난해부터 매 대회마다 경기가 끝난 후 싸인회를 열어 주요 선수들과 팬들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주선하고 있다. 또한 입장 혹은 퇴장시에 갤러리들과 하이파이브 이벤트를 하는 등 노력하고 있고, 그동안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있던 선수들 역시 팬서비스에 적극적이다.
이러한 변화에 식었던 인기는 다시 뜨거워질 준비를 마쳤고, 떠났던 팬심도 다시금 코리안투어를 돌아보고있다.
일각에선 코리안 투어 인기가 식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대회 4일간 무려 3만 878명의 갤러리가 현장을 찾았고, 이는 KPGA 코리안투어 단일 대회 역대 최다 갤러리다.
KLPGA투어와 단순 비교만으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코리안투어, 그리고 선수들은 올 시즌 역시 느리지만 천천히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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