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막을 내린 KLPGA 투어 삼천리 투게더오픈의 리더보드 상단에는 대회가 치러진 4일 내내 낯선 이름이 자리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18살의 여고생 아마추어 이소미(금호중앙여고3)다.
완도가 고향인 이소미는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우연히 최경주 프로의 모교 방문으로 골프와 연을 맺었다. 최경주 프로의 재능기부로 방과후 수업에 참여하게 된 이소미는 취미로 클럽을 잡게 된 것을 시작으로 10년 후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달기에 이르렀다.
이소미는 삼천리 투게더오픈을 통해 프로 무대의 첫 발을 들여 생소한 이름이지만 아마추어 계에서는 유명 인사다. 이소미는 지난해만 아마추어 무대에서 7승을 올리며 아마추어 계를 제패했다. 이소미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치러진 국제 대회 ‘오렌지 볼’을 비롯하여 국내 대회인 키다리아저씨 대회, 전국체전, KB금융그룹배 아마골프대회 등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 중 KB금융그룹배 아마골프대회에서는 연장 10차전의 혈투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려 남다른 배포를 뽐냈을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최다 연장 신기록도 다시 작성했다.
이소미의 배포는 프로 무대에서도 통했다. 프로 무대 첫 출전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플레이를 펼쳤다. 이소미는 강한 돌풍이 몰아치던 2라운드에서 전반 9개 홀 중 3개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곧 후반 9개 홀 중 5개 홀에서 버디를 솎아내며 단숨에 리더보드의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아마추어의 패기로 2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마친 이소미는 첫 출전하는 프로 대회에서 챔피언 조에 속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챔피언 조에서 아쉽게 한 타를 잃으며 주춤한 이소미는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도약을 시도했다.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자신의 장기인 과감한 퍼트를 가감 없이 뽐낸 이소미는 결국 5타를 줄여 공동 4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리며 대회를 마감했다.
이소미의 ‘아마 돌풍’ 원동력은 긍정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강한 멘탈이다. 올해로 10년 째 골프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이소미는 “골프를 하면서 힘든 적이 딱히 없다”고 말했다. ‘볼이 잘 맞지 않으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도 이소미는 밝게 웃으며 “2년 정도 볼이 안 맞았던 적이 있기는 했다. 티 샷이 자꾸만 숲으로 갔는데, 이 또한 레이업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소미의 강한 멘탈은 첫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도 빛났다. 이소미는 대회 4라운드 동안 보기를 범해 타수를 잃어도 다시금 만회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빠른 분위기 쇄신의 비결에 대해 묻자 이소미는 “마음을 내려놓고 경험한다는 생각만으로 경기에 임했다. 좋은 성적만을 쫓다 보면 욕심이 생겨 실수가 나오는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열심히 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올해 10월 프로 턴을 계획하고 있는 이소미는 남은 아마추어 기간 동안 KLPGA 메이저 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과 중국에서 개최 예정인 KLPGA 금호타이어오픈에 추천 선수로 초청 받아 다시금 프로 무대를 밟을 예정이라 전했다.
규모가 큰 프로 대회를 앞두고 있는 이소미는 첫 출전한 프로 무대에서 배운 가장 값진 경험은 “갤러리와 호흡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소미는 “아마추어 대회의 경우 갤러리가 들어 올 수 있는 대회도 한정되어있고, 갤러리의 숫자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운을 띄우며 “프로 첫 출전인데 챔피언 조에 속하다 보니 많은 갤러리들의 인파에 초반엔 약간 적응이 안된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어 “프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하다 보니 선수가 갤러리를 쫓는 게 아니라 선수가 경기력으로 갤러리를 압도하며 자신을 쫓게 하는 카리스마가 있더라”라며 “아직은 안정적으로 갤러리와 호흡하며 대회를 치를 수는 없지만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답했다./928889@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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