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 부회장은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FIFA 부회장 겸 집행위원으로 국제축구계의 ‘중심’에서 활약했다. 덕분에 브라질 출신 주앙 아벨란제 회장과 그의 오른팔 출신인 제프 블래터 현 회장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벨란제 전 회장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 출전국을 16개국에서 24개국으로 확대하며 월드컵을 진정한 전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출전국이 늘어난 것에 그치지 않고 FIFA의 후원사와 월드컵의 중계사가 더욱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들이 벌어들인 이득의 일부는 FIFA의 차지였다.
아벨란제 전 회장의 재임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블래터 회장은 1998년 ‘FIFA 1인자’ 자리를 물려받은 뒤 24개국이던 출전국을 32개국으로 확대하며 월드컵을 더 큰 규모의 ‘돈 잔치’로 만들었다. 그렇게 벌어들인 막대한 이득은 209개 회원국에 '분배'라는 이름으로 우호세력 만들기에 투자됐다.
아벨란제 회장과 24년, 블래터 회장과 17년을 함께 하는 동안 FIFA는 엄청난 규모적 성장을 이뤘다. 폭발적인 성장의 이면은 비리와 부패로 가득했다. 결국 블래터 회장의 5선 도전을 앞두고 미국연방수사국(FBI)을 앞세운 ‘세계 경찰’ 미국의 수사가 시작됐고, 자신의 손발과도 같았던 측근들의 비리 혐의가 차례로 공개되자 위기를 느낌 블래터 회장은 결국 5선 성공 4일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선택했다.
지난 2011년 이후 한동안 국제 축구계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이지만 과거 자신이 몸담았을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FIFA가 그동안 얼마나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었는지 낱낱이 털어놨다.
"FIFA는 이 지경까지 온 것을 수치스러워해야 합니다"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은 “현재 FIFA의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라며 “지금 FIFA는 외압에 의해 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 단체인 FIFA는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것을 수치스러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IFA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이유를 역설적으로 ‘계속된 축구의 인기 상승’과 ‘월드컵의 성공’이라고 분석한 정 명예 부회장은 과거 집행위원회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며 FIFA 조직의 부패를 지적했다.
정 명예 부회장은 “1994년에 처음 FIFA 부회장에 당선돼서 집행위원회를 갔는데 당시 렌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이사 하야투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이 서신 형식으로 아벨란제 회장에게 조금 더 FIFA를 투명성있게 해달라고 썼는데 회의가 끝난 뒤 책상을 두들기며 엄청 화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월드컵 전에 나도 서울에서 국제체육기자 회의가 열린 자리에서 FIFA가 조금 더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가볍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몇 달 뒤 집행위원회를 갔더니 아벨란제 회장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설명하라고 얼마나 화를 냈던지, 당시 동시통역하던 사람이 통역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화를 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명예 부회장이 기억하는 블래터 회장도 아벨란제 전 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11년 FIFA 부회장에서 물러난 뒤 구경꾼이 되기 싫어 FIFA 총회 초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정 명예 부회장은 “축구를 좋아하니까 대회는 보러 갔는데 가장 답답했던 것은 다들 블래터 회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무서워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놀라웠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임 회장들과의 일화를 통해 FIFA 조직의 폐쇄성과 한계를 분명하게 공개한 정 명예 부회장은 “아직도 FIFA에는 블래터 회장의 특근 인사들이 많다. 이들이 모든 부패의 원인”이라며 “차기 회장 선거에는 블래터 회장의 지원을 받았던 이들은 출마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소신을 밝혔다.CBS노컷뉴스 오해원 기자 ohwwh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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