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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66] 레슬링 선수들은 왜 ‘짝귀’가 될까

2024-11-16 07:50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레슬링 자유형 62kg급에서 건국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시상대에 오른 모습.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가 레슬링 자유형 62kg급에서 건국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시상대에 오른 모습.
레슬링 선수나 선수 출신들은 대부분 ‘짝귀’이다. 이 말은 귀 모양이 서로 다르다는 뜻인 순 우리말이다. 명사 앞에 붙는 ‘짝’이라는 접두사는 쌍을 이루는 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끼리 이루어진 한 벌이라는 ‘짝짝이’이라는 의미이다. ‘짝귀’, 짝눈‘, ’짝버선‘, ’짝신‘이라는 단어에서 서로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짝귀‘는 ’짝짝이‘로 생긴 귀, 또는 그러한 귀를 가진 사람’을 농조로 이르는 말이라는게 사전적 정의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건국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던 양정모나, 서울사대부고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던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짝귀'를 지녔다.

레슬링 등 격투기 선수들이 ‘짝귀’가 많은 것은 상처 등을 입거나 눌려서 좌우가 같은 모양이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귀는 외부로 드러난 신체부위 가운데 아주 부드러운 것 중의 하나이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변형이 일어나기가 쉽다. 격투기 선수들은 오랫동안 훈련을 하거나 실전 경기를 하면서 약한 부분인 귀가 손상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짝귀’는 격투기 종목의 특성을 보여주며, 선수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역사’를 드러내기도 한 것이다. 레슬링 선수들의 경우 매트 위에서 오랜 시간 몸을 뒹굴고 눌리면서 귀가 변형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서 ‘짝귀’를 검색하면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짝귀’라는 말을 사용했다. 동아일보 1924년 7월4일자 ‘忙中閑(망중한)’ 기사에 ‘~짝귀가 떨어질 지경’이라는 부분이 나온다. 1970년대 신문에는 보기 흉한 ‘짝귀’를 가진 남자는 군징집을 면제하기도 했다고 보도됐다.

격투기에서 귀를 무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전설적인 미국 헤비급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핵이빨’ 사건이다. 타이슨은 1997년 6월 에반더 홀리필드와의 WBA 헤비급 세계타이틀 매치 도중 귀를 물어뜯는 행동을 했다. 첫 번째는 감점 2점을 받고 경기가 재개됐지만, 두 번째는 경기가 더 이상 불가능했다. 얼마나 세계 물어 뜯었는지 귀바퀴 살점이 떨어졌을 정도였다. 경기가 끝난 뒤 홀리필드는 귀 봉합 수술을 12시간이나 받았다. 그 사건이후 타이슨은 추락했다.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선 ‘짝귀’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들이 여러 명 있었다. 1976년 대통령기 야구대회에서 ‘스마일 투수’ 김용남과 함께 군산상고를 우승으로 이끈 포수 조종규는 한쪽 귀가 유난히 커 ‘짝귀’라는 별명을 가졌다. 격투기 종목은 아니지만 몸싸움이 심한 럭비선수 출신에도 ‘짝귀’ 별명을 가진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만화 ‘타짜’에서도 ‘짝귀’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전라도의 ‘아귀’와 함께 1960년대 전후 산 시대를 풍미했더고 하는 전설적인 경상도 타짜가 ‘짝귀’이다. 영화에선 주진모가, 드라마에선 조상구가 ‘타짜’에서 ‘짝귀’ 역할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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