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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255] 유도에서 왜 ‘반칙패’라고 말할까

2024-11-04 08:14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허미미가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대결을 펼치던 가운데 허미미가 심판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모습. 허미미는 결국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 당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파리=연합뉴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허미미가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대결을 펼치던 가운데 허미미가 심판으로부터 지도를 받는 모습. 허미미는 결국 지도 3개를 받아 반칙패 당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파리=연합뉴스]
유도에서 반칙패는 상대에게 ‘한판’을 내주는 것과 같은 엄중한 벌이다. 일본어로 ‘한소쿠마케(反則負け, Hansoku-make)’라고 말하며 우리 한자어로 ’反則敗‘라고 쓴다. ’반칙‘은 규칙을 어긴 것을 의미하며, ’패‘는 상대에게 진다는 것을 뜻한다.

‘반칙(反則)’은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오래전부터 써온 한자어이다.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반칙(反則)’이라는 단어는 원문 9회, 국역 1회 등 10회 검색된다. ‘패(敗)’도 조선왕조실록에 원문 6,844회, 국역 1,431회 등 총 8,275회 등장한다. 하지만 ‘반칙패’라는 말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어 ‘反則負け’를 우리식 한자어로 바꿔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의하면 조선일보 1934년 11월23일자 ‘김은성반칙패(金恩聲反則敗) 전일본권투(全日本拳鬪)에’ 기사에 ‘동경(東京)에서 열린 전일본직업권투선수권시합(全日本職業拳鬪選手權試合)에 출장(出塲)한 김은성군(金恩聲君)은 지난십구일(十九日) 일비곡공회당(日比谷公會堂)에서 라이트급산구선수(級山口選手)(일구(日俱))와 대전(對戰)한바 김군(金君)『스피듸—』한 좌우(左右)『훅』으로 산구(山口)를 연타(連打)하야 제일(第一)라운드에 산구(山口)벌서『다운』되여 김군우세(金君優勢)를 보이다가 제이(第二)라운드에 산구(山口)의 하복부(下腹部)에 좌(左)압파—의 반칙타(反則打)를 하엿다는 의아(疑訝)스러운 이유(理由)로 우승후보김군(優勝候補金君)은 앗가웁게 반칙패(反則敗)를 당하엿다’고 보도했다. 반칙패라는 말이 일제강점기 당시 사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대백과사전에 의하면 일본에서 스포츠 용어로 ‘반칙’이라는 말은 영어 ‘Foul’을 번역한 것으로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서양 스포츠를 도입하면서 생겼다. 파울이라는 말은 원래 안 좋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용어사전 위키너리에 따르면 파울은 고대 게르만어 ‘Fulaz’가 어원이다. 고대 영어 ‘’Ful’을 거쳐 중세 영어부터 현재와 같은 단어로 정착했다. 파울은 미국 야구에서 먼저 사용했다. 1845년 야구 창시자 알렉산더 카트라이트(1820-1892)가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야구팀인 닉커보커스를 창단하고 니커보커 규칙을 만들 때부터 등장했다. 파울이라는 말은 타자가 친 공이 경기장 내외야를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본 코너 435회 ‘파울(Foul)과 바이얼레이션(Violation)은 어떻게 다른가’ 참조)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따르면 유도에서 반칙패는 지도를 3개 받거나 금지사항을 중대하게 어기는 행위를 행할 시 선언된다. 팔꿈치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를 꺾는 행위, 매트에 등을 대고 있는 상대를 끌어 올렸다가 다시 내려찧는 행위, 금지기술(가위치기, 허리조르기 등)을 시도하는 행위, 메치기 시 머리가 맨 먼저 닿는 행위, 고의적으로 상대를 주먹이나 발 등으로 가격하는 행위, 반지나 기타 딱딱한 물건을 지니는 행위, 심판의 지시에 불응하는 행위, 스포츠맨십을 어기는 행위 등을 범할 경우 선언되며, 즉시 상대방의 한판승으로 경기가 종료된다. 이 중, 단순히 소극적인 플레이로 지도를 3개 받아서 패배하는 상황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유로 패배할 경우는 즉시 실격 처리되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기에 동메달 결정전이나 패자부활전 등에 출전할 수 없다. 또한 결승전 메달은 무효가 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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