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은 패럴림픽대회가 창설되기 전부터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로서 뿌리를 내려 장애인경기대회 종목으로 실시됐다. 한 팔로 활을 잡고 다른 한 팔로 시위를 당기는 양궁은 하반신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양팔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척추마비자들이 휠체어에 앉아서 경기를 즐길 수 있어 일찍부터 척추장애자에게 알맞은 경기종목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양궁이 제1회 패럴림픽부터 대회종목으로 채택돼 역대 대회에서 한번도 제외되지 않고 매번 실시된 이유이다.
‘맨발의 마라톤왕’ 아베베(1932-1973)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의 불운을 당하고도 좌절하지 않고 휠체어에서 불굴의 투지를 발휘하며 패럴림픽 양궁 선수로 재기해 세계를 감동시켰다. 에티오피아 군인으로 한국전쟁에도 참전하기도 했던 아베베는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서 맨발로 달린 끝에 올림픽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 마라톤에 검은 돌풍을 처음으로 일으켰다. 또 맹장수술을 받은 지 불과 두 달만에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마라톤 2연패를 기록하는 등 세계스포츠사에 수많은 위업을 남겼다.
그가 남긴 업적 중 가장 감동적이고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장애를 당하고도 포기하지 않고 패럴림픽 선수로 활동했다는 점이다. 1969년 3월 에티오피아에서 자신의 폭스바겐 비틀 자동차를 몰고가는 중에 길을 건너가는 학생들을 피하려다 배수로에 빠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목뼈가 부러지고 척추뼈가 탈골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영국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하반신 마비가 되고 말았다.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에서 더 이상 혼자서 걸을 수도 없는 사람이 됐다. 하지만 아베베는 두 다리는 마비가 되었지만 그의 두팔은 멀쩡하다는 생각을 한 뒤 재활을 위해 활쏘기 훈련으로 양궁선수가 나섰다. 그해 영국에서 열린 장애인 양궁대회에 출전하여 9위를 했다. 1970년 아베베는 노르웨이에서 열린 장애인 대회에서 출전, 16명이 겨룬 개가 끄는 크로스컨트리 썰매 경기에서 1시간16분17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1973년 41세의 나이로 교통사고와 관련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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