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용어도 어원을 찾아가다보면 그리스, 라틴어로 거슬러 올라간다. 펜싱 용어 사브르도 비슷한 역사적 맥락에서 나온 단어이다. 사브르는 프랑스어로 검이라는 뜻이다. ‘Sabre’라고 쓰는데, 15세기 독일어 ‘’Sabel’이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그 이전 폴란드어 ‘Szabla’에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본 코너 1151회 '펜싱 경기 용어는 왜 프랑스어를 사용할까' 참조)
사브르는 영어로 ‘세이버(Saber)’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1670년대부터 프랑스어에서 직접 차용한 것이다. 세이버라는 말은 영어식 표현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도 많이 알려진 단어이다. 비록 펜싱 사브르가 영어 세이버라는 말로 대체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지만 세이버는 한국인들이 자주 듣던 말이다. 군사용어로 미국 공군 전투기 가운데 ‘F-86 세이버’가 있다. 야구 용어로 통계 방법인 ‘세이버 매트릭스(Sabermetrics)’에 들어가기도 한다. ‘세이버 매트릭스’에서 세이버는 ‘미국야구연구협회(The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 SABR)’의 앞 단어들을 따온 말이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펜싱 사브르라는 단어는 국내 언론에 1950년대부터 등장한다. 조선일보 1959년 9월8일자 ‘徐選手(서선수)도入賞(입상)’기사에 세계대학선수들의 성적을 소개하면서 펜싱 사브르 경기 전적을 보도했다.
스몰소드에서 유래한 플뢰레나 에페와는 달리 사브르는 기병용 도검에서 유래했다. 결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칼이 가급적 가볍게 변화했다. 칼을 회전시키지 않고 뻗듯이 치는 기술이 도입되는 등 전체적으로 결투에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검술이 진화했다. 스포츠화가 되면서도 특징이 남아 펜싱에서 유일하게 칼끝이 아닌 칼날로도 득점이 가능하고 상체가 공격 범위이며 펜싱 칼들 중 가장 가볍고 잘 휘어진다.
사브르는 상체부위와 얼굴, 팔 부분을 공격해야 득점이 된다. 찌르기 외에 휘두르기(베기)도 허용이 되는 종목이다. 사브르에서는 검날로도 투셰(toucher, 득점)가 인정된다. 따라서 사브르 펜서들의 움직임과 공격은 매우 빠르게 이루어진다. 플뢰레의 경우처럼, 사브르도 양쪽 램프가 점등될 때 프리오리테 (Priorité, 공격 우선권) 규칙에 따라 한쪽의 공격만 투셰로 인정된다. 남자 사브르 펜서를 가리키는 단어는 ‘사브뢰르(sabreur)’이며, 여자 사브르 펜서를 가리키는 단어는 ‘사브뢰즈(sabreuse)’이다.
한국 펜싱은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김지연)과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데 이어 2020 도쿄 올림픽서도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서도 이 종목서 금메달을 노린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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