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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153] 왜 에페라고 말할까

2024-07-17 07:30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과 반지를 보여주며 미소짓는 한국여자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과 반지를 보여주며 미소짓는 한국여자 선수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 사람이 ‘Paris’를 발음하는 것을 들어 보면 ‘빠리’로 들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파리’로 적는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의 ‘P’에 가장 가까운 소리가 국어의 ‘ㅂ’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은 ‘빠리’가 아니라 ‘파리’로 적도록 하고 있다. ‘나폴레옹’, ‘데카르트’, ‘나폴리’, ‘단테’ 등을 ‘나뽈레옹’, ‘데까르트’, ‘나뽈리’, ‘단떼’로 표기하지 않는 이유이다. 외래어 표기를 외국어의 원래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가까울 뿐이지 외국어 원래 발음 그대로는 아니다. 외국어 발음에 가깝게 적기 위해 수십 년 간 지켜 온 관습과 관행을 허물기는 어렵다.

프랑스어로 된 펜싱 용어는 국어사전과 대한펜싱협회에서 쓰는 외래어 표기가 달라 혼선을 준다. 국어사전 표기법으로 써야하지만 대한펜싱협회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르게 적고 있는 것이다. 펜싱 종목 이름부터 서로 틀리게 쓴다. 플뢰레와 에페가 사전 외래어 표기이지만 대한펜싱협회는 플러레, 에뻬라고 쓴다. 하지만 사브르는 똑같이 사브르로 표기한다. (본 코너 1151회 ‘펜싱 경기 용어는 왜 프랑스어를 사용할까’ , 1152회 ‘왜 플뢰레라고 말할까’ 참조)

구글 검색에 따르면 프랑스어 ‘épée’는 검이라는 뜻이다. 라틴어 ‘Spatha’가 어원이며, 고대 프랑스어 ‘Espe’를 거쳐 1889년 작은 검이라는 의미로 쓴 ‘épée de combat’ 에서 차용돼 현재에 이른다. 영어로는 ‘epee’라고 쓴다.

우리나라 언론은 처음에는 ‘에뻬’라고 쓰다가 ‘에페’로 바꿔서 썼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에 따르면 경향신문 1961년 10월1일자 ‘휀싱競技(경기) 劍(검) 끝에 精神統一三銃士(정신통일삼총사)의 劒豪(검호)마냥 날씬 異國情緖(이국정서) 넘치는 護身術(호신술)’ 기사에서 ‘에뻬’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다. 경향신문 1965년 7월23일자 ‘外国語大(외국어대)3年連覇(연연패) 에페’ 기사에선 ‘에페’라는 말로 바꿔 보도했다.

펜싱은 종목 마다 검의 종류가 다르고, 공격부위도 다르다. 에페 검의 길이는 110cm 이하로 보통 90cm이며, 무게는 770g 이내이다. 검 단면은 삼각형이다. 에페만 상대 선수의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다. 사브르나 플뢰레 종목에서는 공격 부위가 한정적이다. 공격권 방어권 없이 먼저 누가 찔렀느냐에 따라 득점이 인정된다. 에페 종목은 상대방의 몸 어느 부위나 관계없이 검 끝으로 찌르면 득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텝 밟으면서 앞으로 왔다 뒤로 왔다 하면서 상반신과 하반신 다 노리는 종목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이상기가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박상영이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가져왔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선 여자 에페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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