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제7경주,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지난 7일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제7경주로 열린 1200m 국산 3등급 경주에서 3번마 ‘자이언트펀치’와 9번마 ‘자이언트킬링’이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경주마가 동시에 도착하는 것을 경마에서는 ‘동순위’(동착)이라 한다. 이번 동순위 기록이 특별한 이유는 공동 1위를 차지한 두 경주마의 마주가 동일인이기 때문이다. 동일 마주의 동순위 기록은 한국 경마 역사상 최초로 벌어진 일이다.
빙판 위에서 벌어지는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결승선 통과 기준은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 끝이다. 경마에서는 경주마들의 코끝을 기준으로 삼는다. 두 경주마의 코끝이 동시에 결승선에 닿은 상황인 ‘동순위’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다. 거기에 동일 마주의 두 경주마가 동시에 도착한 경우는 한국경마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자이언트펀치’, ‘자이언트킬링’ 두 경주마의 이름에는 모두 ‘자이언트’가 붙어있다. 이는 이종훈 마주가 본인의 상징처럼 붙인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경주에 출전한 이종훈 마주의 두 경주마가 끝내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동시에 결승선을 가른 것이다.
두 경주마의 팽팽한 경쟁에 힘입어 1위와 2위 상금을 모두 차지하는 행운을 얻은 이종훈 마주는 이 경주에 대해 “처음 겪는 일이라 놀랍기도 하지만 한 경주를 통해 2승을 얻게 되어 더 없이 기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두 경주마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송문길 조교사 역시 최초의 동일 조교사 1,2위 동순위 기록을 남겼다. 송 조교사는 “수준이 비슷한 두 경주마가 모두 단거리 경주에 적성을 보여 지난 경주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경주에 출전하게 되었는데, 동순위로 우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두 경주마는 지난 6월에도 같은 경주에 출전해 머리차(22~44cm) 박빙의 승부를 펼친바 있어 이번 경주에서도 우위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경마에서 1,2위마의 동순위 사례는 1년에 3회 정도 발생한다. 2003년에는 YTN배 대상경주에서 ‘퍼펙트챔피언’과 ‘언어카운티들리’가 동순위로 공동 1위를 차지하며 한국경마 대상경주 최초의 공동1위 기록으로 남아있다. 2006년에는 하루에 동순위가 두 번이나 발생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이때도 두 경주마의 마주는 서로 달랐다.
이웃나라이자 경마 강국인 일본에서도 동일마주의 동순위 우승 사례는 2001년이 처음이었으며 아직까지도 유일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경주마들의 우승에 배팅한 이들의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도 관심을 모았다. 조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위마 한 마리만 맞히는 ‘단승식’의 경우 우승마가 늘어났기 때문에 확정 배당금은 기존에 공표된 수치에서 절반으로 줄어든다. ‘자이언트펀치’의 단승식 배당률은 기존 3.4배에서 1.7배로, ‘자이언트킬링’은 기존 10.5배에서 5.2배로 각 절반씩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두 경주마가 만들어낸 짜릿한 명승부는 유튜브 채널 ‘마사회TV’에서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안재후 마니아타임즈 기자/anjaeh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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