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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070] 배드민턴에서 왜 ‘그립’이라 말할까

2024-04-12 07:56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서브를 넣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이 서브를 넣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새로운 골프채, 테니스채, 배드민턴채 등을 만질 때, “그립감이 좋다, 그립감이 나쁘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립감이라는 말은 붙잡는다는 뜻인 영어 ‘Grip’과 느낀다는 의미인 한자어 ‘감(感)’의 합성어이다. 손잡이를 잡거나 쥐었을 때의 느낌을 뜻한다. 최적의 그립감을 유지하기 위해선 제때 그립을 바꿔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립은 외래어로 배트나 라켓·골프채 등의 손잡이, 또는 그것을 잡는 방법이라는게 사전적 정의이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손으로 잡는 부분을 그립이라고 말한다. 골프 클럽 손잡이나, 테니스 및 탁구, 배드민턴 라켓 손잡이 등을 그립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 등에서 그립은 명사나 동사형으로 꽉 잡는 것을 의미하는 뜻으로 많이 사용한다. 예를들어 문손잡이를 잡거나 독자의 흥미를 끄는 이야기를 한다고 할 때 ‘Grip’이라는 단어를 쓴다.

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Grip’은 붙잡는다는 의미인 고대 독일어 ‘Gripfen’가 어원이며, 고대 영어 ‘Grippan’이 변형된 말이다. 12세기부터 움켜쥐거나 붙잡는 행위 등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했으며, 15세기 중반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했다.1785년 비밀 결사에서 악수를 뜻하는 의미로도 쓰였다. 미국야구용어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용어사전에는 ‘Grip’을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방법, 투수가 볼을 잡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립은 손잡이라는 의미보다는 잡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그립이라는 말을 1960년대부터 쓴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1969년 11월27일 ‘미키맨틀 희대(稀代)의 장타(長打)솜씨’ 기사는 야구 장타자출신 미키 맨틀이 미국 텍사스주 댈라스에서 열린 PGA 바이론 넬슨클래식 경기에 앞서 프로-아마 혼합경기에 출전해 3백98야드의 장타를 날렸는데, 외신이 맨틀의 놀라운 장타(長打)는 ①강(強)한 그립 ②강렬한 손목과 ③거기서 나오는 편치에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당시만 해도 그립은 잡는 방법을 의미하는 뜻으로 썼다. (본 코너 983회 ‘왜 ‘그립(grip)’이라 말할까‘ 참조)

배드민턴에서 그립은 라켓 손잡이를 뜻한다. 그립 잡는 방법은 이스턴 그립과 웨스턴 그립, 두 가지가 있다. 이 말은 테니스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스턴 그립은 라켓의 헤드를 세워 두고 악수하듯이 잡는다. 라켓의 헤드 부분이 엄지와 검지 사이가 일직선이 되게 하는 것이다. 손목을 살짝 돌렸을 때 편할정도로, 라켓을 휘둘렀을때 라켓 끝이 손목에 닿지 않게 한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웨스턴 그립은 보통 처음시작 하는 분들이나 약수터에서 가볍게 치는 이들이 많이 한다. 그립의 넓적한 면에다가 엄지손가락을 올려주고 엄지를 받쳐서 잡는 방법이다. ​엄지와 검지로 라켓이 밀리지 않게 잡아야 한다. 그립을 길게 잡으면 파워가 강해지지만 반응 속도는 느려진다. 반대로 그립을 짧게 잡으면 힘은 줄어드는 대신 반응 속도는 빨라진다. 그립은 가볍게 잡는 것이 원칙이며, 셔틀콕을 치는 순간에는 강하게 채를 휘둘러야 한다.

배드민턴 그립을 감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오버그립, 심그립, 타월그립이다. 오버그립은 아무 무늬 없이 고무 재질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심 그립은 홀 스파이럴 그립이라고도 말하는데, 그립 가운데에 볼록하게 스펀지 같은 게 튀어나와있어서 그립을 감으면 선이 생긴다. 미끄러움 방지가 돼 악력이 약한 이들이 선호한다. 타월 그립은 말 그대로 수건과 같은 재질로 손에 땀이 많이 나는 이들에게 좋다. 고무 재질 그립보다 쿠션감이 없어 초보자들에게 잘 맞지 않는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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