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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842] 수영에서 영어 ‘갤러리(gallery)’를 관중석으로 부르는 이유

2022-11-10 06:13

2020 도쿄올림픽 수영장 관중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 도쿄올림픽 수영장 관중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일본어 잔재 용어 사전에 따르면 갤러리(gallery)는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영어식 표현이다. 관중이나 구경꾼으로 번역될 수 있는 말을 영어 발음을 그대로 쓰는 일본식을 따라 표기했다는 것이다. 원래 갤러리는 말 그대로 화랑 또는 미술관을 뜻한다. 영국에서는 극장의 맨 윗층 구석자리에 서서보는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합 명사로는 미술관의 관객을 뜻한다,

옥스퍼드 영어용어사전 등에 의하면 ‘gallery’의 어원은 팔레스타인 갈릴레이 지역을 의미하는 라틴어 ‘galilaea’이다. 교회 현관을 뜻하는 중세 라틴어 ‘galeria’에서 고대 프랑스어 ‘galerie’를 거쳐 중세 영어 ‘galery’가 변형된 말이다. 1590년대 예술극장건물이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헀으며, 1640년대 극장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싼 자리에 앉는 사람이라는 의미로도 쓰였다.

골프에서 갤러리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은 골프 대회를 보는 게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로프 바깥에서 관람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데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골프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한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골프를 구경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귀족 스포츠’로 치부됐던 골프는 대회를 열더라도 극히 일부 선수들이 참가했으며 관중들도 거의 없었다. 드넓은 필드에서 관중의 모습은 그림 속의 한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골프대회에서 갤러리들은 한 장소에 설치된 스탠드에서 보기도 하지만 실제 선수들이 하는 코스를 따라 다니며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대회 주최측은 보통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중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코스를 따라 로프를 설치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로프 안으로 갤러리들이 들어오지 않도록 제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미술관에서 작품에 손을 대지 않도록 로프를 쳐 놓고 찬찬히 그림을 보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광경을 연상하게 한다. 골프장에서 관중을 보면서 미술관을 충분히 상상해봤을 법하다. (본 코너 25회 ‘골프에서 관중을 왜 ‘갤러리’라고 할까‘ 참조)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 강점기때부터 갤러리라는 단어를 미술관을 의미하는 말로 영어 발음대로 표기해 사용했다. 조선일보 1931년 4월8일자 ‘여자(女子)스포스전람회(展覽會)’기사는 ‘대매경성지국(大每京城支局)과조선신문주최(朝鮮新聞主催)로 여자(女子)스포-스전람회(展覽會)를 칠일(七日)부터십이일(十二日)까지 삼월(三越)『갤러리』에서개최중(開催中)인데 입장(入場)은무료(無料)이다’라고 전했다. 언론에서 갤러리를 골프장 관중이라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60-70년대 이후로 추정된다.

갤러리라는 말은 스포츠에서 골프 말고도 수영 종목에서 관중석을 뜻하는 의미로도 쓰인다. 공식적인 수영 경기를 하는 동안 관중들이 앉아서 경기를 보는 장소를 갤러리라고 부른다. 골프장에서 경기를 보는 관중과 비슷한 의미이지만 수영에서는 관중석이라는 장소의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문화 예술에서 갤러리가 화랑, 그림방을 의미하는 것과 같이 수영에서는 관중들이 보는 장소를 뜻하는 말이다.

사실 수영장은 미술관이나 골프장처럼 정숙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갤러리들이 신경을 써줘야 한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관중석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함성을 지르거나 응원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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