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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776] 왜 ‘그랑프리(Grand Prix)’라고 말할까

2022-08-19 07:33

바를 뛰어넘는 '스마일 점퍼' 우상혁. 세계육상 그랑프리에 도전하기 위해 오는 27일 로잔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를 뛰어넘는 '스마일 점퍼' 우상혁. 세계육상 그랑프리에 도전하기 위해 오는 27일 로잔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고를 의미하는 그랑프리(Grand Prix)는 오래전 국어사전에 오른 외래어이다. 최고 난이도의 단일 종목 스포츠 대회에 그랑프리라는 말을 많이 쓴다. 육상을 비롯 경마, 자동차경주, 유도, 펜싱, 피겨 스케이팅 등에 그랑프리 대회가 있다.

오는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비렐 프라하 그랑프리는 석양 무렵 출발, 프라하의 아름다운 강변도로를 10km 달리는 환상적인 육상 대회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 러너들이 참가해 코스 곳곳에서 벌어지는 라이브 공연을 즐기며 프라하의 아름다운 밤을 만끽한다. 체코 맥주회사 비렐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랑프리는 원래 프랑스어이다. 영어로는 'Grand prize'로 번역한다. 우리 말로는 대상, 최우수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통상 대회 이름에 많이 붙여쓴다. 1863년 3살짜리 경마만이 참가자격을 가진 국제경마대회 Grand Prix de Paris’에서 처음 그랑프리라는 단어를 썼다고 한다.

국내서는 1987년 처음으로 그랑프리라는 이름을 가진 육상 대회를 개최했다. 제1회 한국육상그랑프리대회겸 국제친선육상경기대회를 1987년 10월2일 오후5시30분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한국육상사상 최초로 야간경기로 가졌다. 대한육상연맹이 시즌 한국육상의 진정한 최강자를 가림과 동시에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의 우수선수와 비교, 점검하기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야간경기를 통해 육상 팬을 확보하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그랑프리라는 말은 1960년대초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보다는 문화에서 그랑프리라는 말이 먼저 쓰였다. 동아일보는 1960년 3월29일자 문화면 기사에서 프랑스 한림원 회원으로 한림원 ‘그랑프리상’을 받은 작가 앙리 몽테를랑이 당선됐다고 전했다.

현재 스포츠 대회에 그랑프리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 종목은 자동차 경주 F1이다. 별도의 종목 설명없이 나라 이름과 함께 그랑프리라는 말을 썼다면 일반적으로 F1 대회를 뜻한다. 1950년에 시작된 F1은 매년 3∼10월까지 스페인ㆍ프랑스ㆍ영국ㆍ독일ㆍ헝가리ㆍ호주ㆍ일본 등 대륙을 오가며 21차례 경기를 펼친 뒤 점수를 합산하여 종합우승자를 가린다.

2010년 전남 영암에서 열린 ‘포뮬러1 코리아 그랑프리’를 처음 개최한 뒤 2013년까지 대회를 이어간 적이 있다.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F1을 국내 에 유치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2013년 대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90년대까지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를 매년 개최하며 종목별 최강자를 가렸던 세계육상연맹은 2000년대들어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를 없애고 유럽을 중심으로 골든리그라는 이름의 대회를 갖다가 2009년 이를 전 세계로 확대해 14개 대회로 구성된 다이아몬드리그를 창설, 운영하고 있다. 다이아몬드리그에는 매년 역량이 뛰어난 육상 선수 10여명을 초청해 경기를 갖고 있으며 각 대회 1위 선수에게 승점 8점을 부여해 상위 6명의 선수에게만 마지막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한국 남자 높이뛰기의 간판 우상혁은 오는 27일 로잔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라이벌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와 재대결한다. 지난 7월 19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바심이 2m37을 넘어 2m35을 뛴 우상혁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우상혁은 한국 육상에 사상 첫 실외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안겼다. 우상혁은 지난 11일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에서는 바심과 연장전 격인 '점프 오프'를 치르며 2위를 차지했다. 우상혁과 바심의 공식 기록은 2m30으로 같았지만, 점프 오프에서 바심이 이겼다.

우상혁이 바심을 이긴 적도 있다. 우상혁은 5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에서 2m33을 넘어 2m30을 뛴 바심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바심 2m37로 공동 1위, 우상혁 2m35로 4위)을 포함해 우상혁과 바심의 맞대결 성적은 우상혁을 기준으로 1승 3패다. 로잔 대회는 남자 높이뛰기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 진출자(6명)를 가리는 마지막 대회이기도 하다. 파이널시리즈를 제외하고 12번 열리는 올해 다이아몬드리그에서 남자 높이뛰기를 편성한 대회는 총 5개다.

이미 4개 대회(도하, 로마, 버밍엄, 모나코)를 치렀는데, 우상혁은 도하(1위·랭킹 포인트 8점)와 모나코(2위·7점) 두 대회만 참가하고도 15점을 얻어 4위에 올랐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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