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등을 검색해보면 경기라는 말은 딱 1번 나온다. 순종실록 부록 5권, 순종 7년 11월7일 ‘특별히 엽우경기대회(獵友競技大會)에 상금 50원을 내렸다. 해당 대회에서 사냥한 메추라기와 꿩을 진헌(進獻)하였다’며 사냥대회에 경기라는 말을 쓴 것이 유일하다. 때는 1914년 일본 다이쇼(大正) 3년 무렵이었다. (본 코너 666회 ‘육상경기에서 ‘경기(競技)’라는 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참조)
일정(日程)이라는 단어는 조선왕조실록에 576번이나 검색어로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 중국, 일본 등 한자 문화권에서 오래전부터 썼던 것으로 보인다. 행정, 군사적인 목적으로 주로 쓰였다. ‘날 일(日)’과 ‘한도 정(程)’의 합성어이다. ‘日’은 원래 태양을 의미하는 말이며, ‘程’은 한도나 측량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程’자는 ‘벼 화(禾)’자와 ‘드릴 정(呈)’자가 결합한 모습으로 원래는 곡물의 무게를 재는 것을 뜻하는 글자였다. ‘헤아리다’나 ‘측량’이라는 뜻으로 쓰이다가 후에 ‘법칙’이나 ‘규정’과 같은 의미가 파생되었다.
경기일정은 일본이 19세기 메이지 유신이후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스포츠용어로 번역해 만든 말이다. 영어 ‘Competition Schedule’, ‘Game Schedule’ 등을 번역, 대체한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경기일정이라는 말을 기사에 썼다. 동아일보 1926년 7월14일자 ‘경기일정변경(競技日程變更) 재동경조선인(在東京朝鮮人)’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동경조선인기독교청년회 축구단에서 금번(今番) 하기휴가(夏期休暇)를 이용하야 금월(今月) 19일부터 고국에 건너와서 각지에 전전(轉戰)한다함은 기보(旣報)한 바어니와 동단(同團)에서는 기후(其後) 다시 조선에서의 경기일정과 선수 등을 아래와 갓치 다소변경하엿다기로 그 변경된 내용을 경(更)히 보도(報道)하는 바이다’라고 전했다.
경기일정표를 작성할 때에는 경기종목, 일자 및 시간, 대전 상대, 경기 장소 등의 항목으로 구분하여 각 항목에 정확한 내용을 기재한다. 해당 경기와 관련해 전력 비교, 감독, 심판 등의 내용을 함께 쓰기도 한다. 경기일정표는 각종 경기나 대회에서 활용된다. 선수들은 경기를 치르게 될 상대 선수를 확인할 수 있으며, 경기 또는 대회 순서를 한 눈에 파악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다. 경기일정표를 작성하고 각 팀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해야하며, 경기가 끝나면 그 결과를 기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1969년 일간스포츠가 스포츠 전문지로 창간한 이후 ‘오늘의 경기 일정’ 등을 고정란으로 소개해 그날 벌어지는 종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대부분의 종목을 일정이라는 항목으로 분류해 경기 예정시간과 대진팀, 경기 결과 등을 전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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