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은 세계 정상급 허들 선수로 활약하면서도 아직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5위를 했고, 도쿄올림픽에서는 4위에 그쳤다. 2019년 도하 세계육상선수권에서는 7위로 밀렸다. 오리건 주립대학 출신인 앨런은 모교 내에 있는 헤이워드 필드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메달을 목에 걸고 NFL에 진출하려했으나 목표에 차질을 빚게된 것이다. 앨런은 허들 110m 결선이 끝난 뒤 세계육상연맹과의 인터뷰에서 "출발 반응 시간 0.001초 차로 결선에서 뛰지 못했다. 정말 고통스럽다"며 "관중석과 출발선이 너무 가까워 팬들의 함성 때문에 총성을 제대로 듣기 어려웠다. '준비, 출발'을 알리는 관계자의 신호도 불규칙했다. 정말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육상 선수에게 가장 큰 ‘적’은 부정 출발이다. 앨런과 같이 중요 목표를 앞두고 부정 출발로 좌초하는 선수가 의외로 많다. 부정 출발은 육상 선수에게 암적인 존재이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부정출발이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바르지 못하다는 의미인 ‘부정(不正)’과 길을 떠난다는 의미인 ‘출발(出發)’의 합성어로 바르게 출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정출발을 영어로 말하는 단어는 여러 개가 있다. 일반적으로 육상 용어에서는 ‘Flying Start’를 많이 쓰지만 ‘False Start’를 쓰기도 한다. ‘False Start’는 영어 뜻이 부정 출발과 의미가 같지만, ‘Flying Start’를 쓰는 것은 얼른 이해가 잘 안될 수 있다. 날린다는 의미인 ‘Flying’를 ‘Start’와 같이 썼기 때문이다.
영어 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Flying Start’는 원래 돛단배 경주에서 출발선을 통과할 때 배들이 전속력으로 ‘날아야’하는데서 유래했다. 참가자가 출발선을 통과하거나 출발 신호를 받았을 때 이미 움직이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메리엄 웹스터 영어사전에는 1851년부터 스포츠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Flyinf Start’는 육상, 수영, 경정, 모토사이클 경기에서 출발 신호가 나기 전에 스타트하여 범하는 반칙을 통상 의미한다. 육상 경기에선 2010년부터 ‘Flying Start’를 2회에서 1회로 제한,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야구에서도 이 말을 쓴다. 달리면서 베이스를 리터치하는 반칙 플레이이다. 다음 타자의 플라이를 이용해서 진루를 하려고 하는 주자가, 타구가 날고 있는 동안에 베이스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가, 수비수가 포구하기 직전에 스타트하여 러닝에 가속력을 붙여 뛰면서 베이스를 터치하는 주루 플레이를 말한다. 이런 플레이는 수비 측이 어필하면 주자를 아웃으로 처리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Flying Start’를 오래전부터 우리말 발음으로 ‘플라잉 스타트’ 또는 ‘플라잉 파울’ 등으로 표기했다. 일본식 한자어인 ‘부정 출발’로 쓰는 경우도 많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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