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스포츠 용어에서 ‘heat’는 전혀 다른 뜻이다. 육상에선 예선, 야구에선 이닝, 레슬링에선 라운드를 의미한다.
육상 경기를 할 때 출전 선수가 많으면 예선을 통해 결승에 오를 선수를 뽑는다. 이때 하나 하나의 레이스를 ‘히트’라고 말한다. 히트를 우리 말로는 한자어로 ‘예선(豫選)’이라고 표현한다. ‘미리 예(豫)’와 ‘가릴 선(選)’을 합친 예선이라는 말은 정식으로 뽑기 전에 미리 뽑는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예선이라는 말이 총 6회나 검색되는 것을 보면 오래전부터 한·중·일 등 한자 문화권에서 써 온 말로 보인다.
우리나라 언론 등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스포츠 용어로 예선이라는 말을 썼다. 조선일보 1921년 3월10일자 ‘’경성제일예선지(京城第一豫選地)로 체육협회경기대회(體育協會競技大會)‘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극동올림픽에 출전할 대표 선수의 조선 육상 예선전을 경성에서 갖기로 조선체육협회와 일본체육협회가 합의했다고 전했다.
영어에서 예선을 뜻하는 단어들은 ’heat’ 뿐 아니라 ‘preliminary round’, ’qualifying round’, ’trial’ 등 여러 개가 있다. 하지만 육상에선 ‘heat’를 공식적으로 쓰는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좋은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미리 탈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가장 빨리 달리는 선수들을 예선에서 고루 나눈 뒤 최종 결승에서 순위를 가리기 위함이다. 충분히 몸을 달구어 마지막 경기에서 최고의 상태를 만들라는 의미에서 썼던 것으로 보인다.
육상 트랙경기에서 100m, 110m 허들, 200m, 400m 단거리와 800m, 1500m 중거리 경기에서 예선에서 한 번에 8명 안팎으로 조를 나눈다. 짧은 주행을 뛰기 때문에 효율적인 경기를 위해서 선수들의 참고 기록을 고려해 각 조에 적절한 선수들을 배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5,000m나 10,000m 장거리 경기는 선수들이 예선전을 치르지 않고 동시에 경쟁하도록 하고 있다.
영어 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히트’는 원래 경마 용어였다. 예선전에서 말이 몸을 녹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미에서 썼던 말이다. 1600년대 영국 왕이나 귀족들은 경마를 즐겼다고 한다. 말을 전력 질주시키기 위해 사전에 미리 준비시키는 것을 ‘히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말들이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수록 더 빠르게 뛴다는 것을 알고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육상에서 ‘heat’ 앞에 죽는다는 의미인 ‘dead’라는 말을 붙여 ‘데드 히트’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2명 이상의 선수가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상황일 때 이 말을 쓴다. 죽기 살기로 레이스를 펼쳤다는 뜻이다. 데드 히트는 자동차 레이스에서도 쓴다. 레이스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순간을 말한다. 두 대의 경주자가 거의 동시에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경우의 표현으로 사용한다. 피니시 때의 이러한 상황은 ‘클로즈 피니시(close finish)’라고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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