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규칙 등은 국가나 조직체의 기본 운영방향과 세부 지침 등을 담고 있다. 어떠한 원칙을 갖고 이끌고,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가를 논리적이고 일관성있게 규정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자체 법과 규칙을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 헌장(Olympic Charter)과 함께 ‘Agenda 2020’이 대표적이다. (본 코너 689회 ‘왜 ‘올림픽 헌장(Olympic Charter)‘이라 말할까’ 참조)
영어 ‘Agenda’는 원래 해야할 일이라는 의미인 라틴어 ‘Agendum’의 복수형이지만 단수로 의제(議題)라고 번역한다. 의제는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오랫동안 써왔던 한자어로 의논(議論)할 문제(問題)를 줄인 말이다. 영어 어젠다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1992년 브라질 지구 정상회의에서 ‘어젠다 21’이 채택되고서부터라고 한다. 어젠다 21은 환경보전에 관한 대처를 정한 규범이며, '21'이란 21세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어젠다 2020은 2014년 12월 모나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채택됐다. 2020년까지 운영할 IOC 규범이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여기에는 올림픽의 가치를 지키고 스포츠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인 40가지 세부 권고안을 담았다.
40개 항목은 권고사항이지만 실제로는 IOC 위원장의 강력한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공약사항이 담겨 있다. ‘신뢰성’, ‘지속가능성’, ‘젊음’을 핵심적인 모토로 내세운 어젠다 2020에서 부각되는 것은 개최 희망 도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개최 도시의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특혜를 준다는 점이다. ‘1국가 1도시 단독개최 원칙 포기’, ‘개최국 종목 추천권’, ‘유치 비용 IOC 부담’, ‘남녀메달 불균형 조절’, ‘가성비 낮은 종목 축소와 가성비 높은 종목 확대’ 등의 세부적인 운영사항과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하지만 IOC의 개혁의지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개최비용과 올림픽 개최지 환경파괴 등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올림픽 어젠다에 대한 효력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 종합 1위를 차지한 세계동계스포츠 최대 강국 노르웨이는 과다한 올림픽 비용과 잠재적인 환경파괴 우려를 이유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적극 반대했다. 197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도 최근 주민들이 올림픽 개최 찬성여부를 투표에 부쳤는데 반대표가 많았다. 심지어는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의 한 주도 올림픽 개최에 문을 꽁꽁 닫아놓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21년 연임이 확정된 후 새 올림픽 개혁안인 ‘올림픽 어젠다 2020+5’를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올림픽 어젠다 2020+5는 IOC의 디지털화, e스포츠 수용, 선수들의 권리 및 책임 강화, 깨끗한 스포츠 활성화, 올림픽의 지속성 및 고유성 강화 등 15개 권고안을 담고 있는데 ' 어젠다 2020'의 후속 프로그램 격이다.
IOC는 올림픽 어젠다 2020을 통해 올림픽 개최 비용의 최소화, 로비로 얼룩진 기존 올림픽 유치지 결정 과정의 투명화 등을 추진했다. IOC는 새로운 개혁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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