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곡은 올림픽 찬가가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헌장의 올림픽운동 조항에서 ‘올림픽 찬가(Olympic anthem)는 사피로 사마라가 곡을 지은 음악 작품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스 작곡가 사마라(1861-1917)가 지은 곡은 근대올림픽의 첫 시작을 알린 1896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처음 연주됐다. IOC는 1958년 이 곡을 올림픽 운동의 공식 국가로 선포했으며 1960년 겨울 올림픽부터 올림픽 개·폐회식 행사에 사용했다.
영어 ‘Olympic anthem’는 올림픽 국가 또는 올림픽 찬가로 번역한다. ‘Olympic’은 고대올림픽이 열렸던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유래한 말이다. 웹스터 영어사전 등에 따르면 ‘anthem’은 그리스어 ‘antiphōnos’에 기원을 두고 있다. 접두사 ‘anti’는 위라는 의미의 ‘over’이나 대항한다는 의미의 ‘against’‘를 뜻하며, ’phōnos‘는 소리를 뜻한다. 원 뜻은 응답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럽에서 국가는 16세기까지 두 개의 분리된 합창단이 응답하며 시편, 찬송가 또는 기도로 불렀다고 한다. 영어 ’antiphony’가 중세 영어부터 사용된 현재의 ‘anthem’과 동의어로 쓰는 이유이다.
영어 ‘anthem’은 앞에 ‘nation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national anthem’, 국가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국가는 프랑스어로는 ‘hymne(chant)national’, 독일어로는 ‘Nationalhymne’라고 표기한다.
‘anthem’을 국가(國歌) 또는 찬가(讚歌)라고 번역한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었다. 일본은 서구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 현대식 국가체제를 갖추었다. 일본 국가 기미가요(君が 代)’는 본래 고대 일본에서 기원한 단가였다. 1880년 독일 작곡가 프란츠 에케르트에 의해 기존의 단가 가사를 기반으로 작곡이 이루어져 1888년부터 일본 제국시기 동안 국가로 쓰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이후 기미가요는 일본의 공식적인 국가는 아니었으나, 사실상의 국가 역할을 해왔으며, 1999년에 제정된 ‘국기 및 국가에 관한 법률’ 에 의해 법적으로 다시 국가가 됐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국가라는 말이 1902년 고종 39년, 대한 광무 6년 1월27일자에 딱 한 번 나온다. ‘백성들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선비들의 기풍을 격려시켜서 그것으로 충성을 떨치고 나라를 사랑하게 하는 방법에는 국가(國歌)를 지어 부르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으니 마땅히 국가를 만들어야 하겠다. 문임(文任)에게 지어 바치도록 하라’는 구절이다.
'Olympic anthem‘은 일제강점시 시절, 우리나라 언론은 ’올림픽가(歌)‘ ’올림픽 국가(國歌) 등으로 표현했다가 해방이후 ‘올림픽 찬가(讚歌)’라는 말로 번역해 사용했다. 올림픽 찬가는 올림픽 개회식, 폐회식 때 오륜기를 게양하거나 하강시 연주한다. 1992 겨울올림픽때는 구소련 단일팀이 출전할 때 시상식에서 이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Olympic anthem'은 'Olympic hymn'이라고도 말한다. 모두 올림픽 찬가라는 뜻으로 쓰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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