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라는 말은 영어 ‘‘Olympic Flame’을 번역한 것이다. 특히 성화는 ‘Flame’를 일본식으로 의역한 말이다. 성화는 일본식 한자어로 ‘성인 성(聖)’과 ‘불 화(火)’를 합성한 단어이다. 신 앞에 피우는 신성한 불, 거룩한 불이라는 의미이다. 올림픽 헌법에 해당하는 올림픽 헌장에는 올림픽을 상징하는 것으로 올림픽기(Olympic Flag)와 함께 올림픽 성화를 규정하고 있다. (본 코너 679회 ‘왜 올림픽기(Olympic flag)’는 5개의 원으로 만들어졌을까‘ 참조) 올림픽 성화는 원문에서 제1공용어인 불어로 ‘Flamme Olympique’, 제2공용어인 영어로 ‘Olympic Flame’으로 돼 있다. 신성하다는 의미인 ‘성(聖)’에 해당하는 단어가 붙어있지 않다. 예를들면 영어로 ‘sacred’나 ‘holy’와 같은 형용사가 어디에도 없고 다만 화염이나 횃불 등을 의미하는 ‘Flame’나 ‘Torch’로만 표기하고 있다. 올림픽헌장에 나와있는대로 직역하면 ‘올림픽 불꽃’, 또는 ‘올림픽 불’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에서 올림픽 성화라는 말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1920년대 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처음 성화로 올림픽 경기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근대 올림픽이 처음 시작된 1896년부터 1924년 제8회 파리올림픽 때까지는 성화에 관계되는 의식이 없었다. 현재와 같은 성화 봉송은 나치 독일이 올림픽을 정치에 이용한 1936년 베를린 대회에서 시작됐다.
일본 올림픽 아카데미 회장으로 전 그리스 주재 일본 대사 모치즈키 토시오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2020년 2월 ‘성화가 온다-그 유래와 앞으로의 과제’라는 칼럼에서 올림픽 성화라는 말의 탄생 배경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올림픽 헌장에 신성한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의 정교 분리 원칙이 올림픽에 반영됐기 때문이었지만 그리스와 같은 다신교적 배경을 가진 일본에서 불이 고대 그리스 올림픽과 관련된 고사와 관련된 점을 고려해 신비성을 담아 ‘성화’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조상들을 숭배하는 ‘신도(新道)’를 종교적 배경으로 가진 일본인들은 성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해석인 것이다.
일본식 한자어에서 정통을 의미하는 말로 ‘성(聖)’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예를들면 테니스의 ‘성지’ 윔블던, 무도의 ‘성지’ 일본 무도관 등을 들 수 있다. 올림픽 성화는 신성한 의미와 함께 세속적인 의미를 함께 포함해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을 ‘오륜(五輪)’이라는 간단한 번역어로 고안한 것도 이런 발상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본 코너 669회 ‘왜 올림픽을 ‘오륜(五輪)’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참조)
한국에서 올림픽 성화라는 말은 1932년 LA올림픽때 동아일보 등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생이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널리 사용됐다. 중국도 일본식 한자어를 수입해 올림픽 성화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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