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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61] 왜 ‘육상(陸上)’이라 말할까

2022-03-31 06:20

육상 단거리경주에서 선수들이 역주하는 모습. 오른쪽이 한귝육상 단거리 유망주 비웨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육상 단거리경주에서 선수들이 역주하는 모습. 오른쪽이 한귝육상 단거리 유망주 비웨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육상(陸上)은 원래 육상경기(陸上競技)를 줄여서 쓴 말이다. 육상 경기를 모든 스포츠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 신체활동의 기본적인 동작인 달리고, 뛰고, 던지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경기는 기본적으로 개인경기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격투기처럼 단순히 승패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나 거리 등의 기록에 대한 도전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육상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뭍 육(陸)’과 ‘윗 상(上)’자가 결합한 단어로 물이나 공중이 아닌 땅 위라는 뜻이다. 육상과 기술을 겨룬다는 의미인 ‘경기(競技)’라는 단어가 합쳐진 육상경기는 땅위에서 하는 경기라는 말이다. 근대 육상경기 발상지 영국이나 영국 연방제국에서는 육상경기를 ‘Athletic’라고 칭한다. 이 말은 경쟁을 뜻하는 그리스어 ‘Athlos’에서 유래됐다. 'Athletic'은 원래 탄탄한 몸매 또는 체격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원시 시대 달리고, 뛰고, 던지며 생존을 위해 수렵활동을 할 때 강인한 체력을 만든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파생어인 명사 ‘Athlete’는 육상 경기 선수, 운동을 잘 하는 사람, 운동선수를 지칭하고 'Athletic'는 '육상 경기'를 의미하고 스포츠, 체육, 일반을 뜻하기도 한다. 미국 등에선 육상을 ‘Track and Field’라고 부른다. 트랙과 필드에서 하는 경기라는 뜻이다. (본 코너 88회 ‘왜 ‘필드(Field)’라는 말을 쓸까‘ 참조)

서양에서 만들어진 용어가 동양으로 넘어오면서 새로운 말로 바뀌었다. 일본에선 육상이라고 부른데 반해 중국에선 ‘전경(田徑)’이라고 말한다. ‘밭 전(田)’와 ‘지름길 경(徑)’자를 써서 ‘밭에 있는 길’이라는 뜻이다. 전은 필드, 경은 트랙을 번역한 말이다.

일본에 육상이 처음 전해진 것은 메이지 시대(1868-1912년)로, 경기대회는 1873년 도쿄 해군 병사 기숙사에서 열린 것을 최초로 기록하고 있다. 영국으로부터 지도자를 초빙해 열린 운동회였는데 단거리,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등의 종목이 열렸다. 당시 영어 ‘Athletic Sports’의 번역어로 ‘경투 유희(競投遊戲)’라는 명칭을 썼다. 이후 점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물에서 하는 수상경기(水上競技)를 대체하는 종목으로 ‘육상경기’라는 말이 사용됐다. 육상경기라는 말은 1912년부터 1926년 기간 재임한 일왕 요시히토의 재위기인 다이쇼 시대 초창기에 처음 등장했지만 누구에 의해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육상경기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에 쓰쿠바 대학은 도보부(徒歩部)로, 와세다 대학은 경주부(競走部) 등으로 육상팀 이름을 붙여 사용했다. 일본은 처음으로 근대올림픽에 참가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단거리의 미시마 야히코와 마라톤의 가나구리 시조 등이 출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육상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에는 육상을 ‘유희’라고 불렀다. 공식적으로 육상이라는 말이 신문에 처음 선보인 것은 1920년 4월18일 동아일보 기사에서였다. ‘육상운동경기회(陸上運動競技會)’라는 제목으로 ‘조션톄육회 주최로 오난오월십륙일에 조선톄육협회의 주최하는 춘긔륙상운동 경기회는 긔일을 오월 십륙일로 audd하고 회당은 경성중학교운동댱이나 혹은 룡산신련병당에 명할 예뎡인대 참가 신입긔한은 오월오일까지오 신입소는 경성어성졍 삼십이번디(京城御成町三二番地) 조선뎨육협회 사무소요 경기종류는 아래와 갓흔대 사람이 다섯가지 이하로 신입하여야 된다더라’고 보도했다. 이어 경기종류로 ‘백미돌경주(百米突競走) 이백미돌경주(二百米突競走) 사백미돌경주(四百米突競走) 팔백미돌경주(八百米突競走) 천오백미돌경주(千五百米突競走) 오천미돌경주(五千米突競走) 일만미돌경주(一萬米突競走) 십리경주(十哩競走) 이십오리(二十五哩) 마라손 경주(競走) 사백미돌련쇄경주(四百米突連鎖競走) 팔백미돌련쇄경주(八百米突連鎖競走) 광도(廣跳) 고도(高跳) 봉고도(棒高跳) 입광도(立廣跳) 립고도(立高跳)’ 등 16개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육상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는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3단뛰기의 오다 미키오로 15m21cm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는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한국은 일제 강점기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이 마라톤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가 마라톤에서 1948년 건국이후 최초의 육상 메달인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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