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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59] 세계태권도연맹은 왜 최고 책임자를 ‘총재’라고 말할까

2022-03-28 06:14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현재 세계태권도 조직은 세계태권도연맹(WT)와 국제태권도연맹(ITF)로 양분되어 있다. WT는 1966년 창설한 ITF보다 뒤늦은 1973년 창설됐지만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자리잡게 하며 큰 발전을 이루었다. ITF는 1980년대 이후 북한이 주도를 하면서 한국에 본부를둔 WT와 양대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본 코너 656회 '세계태권도연맹(WT)에서 ‘세계’라는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657회 '국제태권도연맹(ITF)에서 '국제'라는 말은 왜 사용한 것일까' 참조)
공교롭게도 WT와 ITF는 최고 책임자 명칭을 총재(總裁)라고 부른다. WT는 초대 김운용 총재에 이어 2004년부터 조정원 총재가 이끌고 있다. 1966년 초대 최홍희 총재가 서울에서 창립한 ITF는 최 총재 사후 현재는 북한의 장웅계가 이끄는 리용선 총재를 비롯해 영국 런던의 최중화 총재, 스페인 발렌시아의 폴 와일러 총재, 서울의 오창진 총재 등이 난립해 있다.

WT와 ITF가 최고 책임자를 총재라고 말한 것은 일본 무도 가라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주오(中央) 대학 유학 중 가라데를 배운 최홍희 총재는 해방이후 군대에서 태권도의 기술적 발전과 보급을 주도하며 ITF의 모체인 오도관을 창설했다. 총재라는 명칭도 일본에서 무도를 연마한 그가 ITF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붙이게 된 것이다.

원래 총재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이다. ‘다 총(總)’과 ‘마를 재(栽)’가 결합한 총재는 사무를 총괄하여 결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 정부기관이나, 정단,단체의 대표직 명칭이다. 영어로는 회의를 주재하는 의장을 의미하는 ‘President’라고 번역해 말한다.

총재는 일본 에도막부 말기인 1862년 직책으로 처음 사용됐다. 1868년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신정부에서 장을 의미하는 명칭으로 이용됐다. 당시 총재는 신 정부서 의정, 참여와 함께 3대 최고위직의 하나였다. 이후 다양한 조직이나 단체에서 장을 뜻하는 명칭으로 총재라는 이름이 쓰였다.

일본에서 정당 최고 책임자를 총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된 이토 히로부미는 1900년 스스로 창설한 입헌정우회 초대 총재로 취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정당인 자민당은 오랫동안 당수를 총재라는 명칭으로 사용했다.

일본의 무도, 격투기 단체서도 총재라는 이름을 최고 책임자에게 붙였다. 극진 가라데를 창시하고 국제 가라테연맹을 주도한 최영의는 일본 가라데에서도 총재라는 이름으로 많은 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 뿐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 한국은행 등에서 총재라는 직책을 사용한다. 한때 정당에서도 총재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총재라는 이름이 권위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점차 대표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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