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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55] 태권도 ‘격파(擊破)’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2022-03-22 13:05

태권도 시범단이 격파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권도 시범단이 격파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태권도 기술용어인 ‘격파(擊破)’는 원래 군사용어로 쓰인 한자어이다. ‘칠 격(擊)’과 ‘깨뜨릴 파(破)’가 합져진 말인 격파는 쳐서 파손시킨다는 뜻이다. 현대전에서 전차, 장갑차 등의 기갑장비와 벙커 따위의 장갑을 갖춘 장비를 공격해 파손시킨 경우를 의미한다.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해보면 격파라는 말이 여진족, 왜구 등 ‘오랑캐’를 물리쳤을 때도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격파가 주로 군사용어로 쓰였던 것이다.

태권도에서 격파라는 말이 언론 등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중반 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1966년8월9일자 ‘맹호의 백일잔치’라는 제목의 기사에 태권도 시범으로 격파를 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이 기사는 ‘백구부대는 그동안 월남의 남녀교등학생 1천여명으로 조직된 뱅거드그를 운동 회원들에게태권도를 가르쳐왔다.이번시범에는 그동안 배운 기술로 한국군들과의 자유대련,벽돌 격파등의 묘기를 부려 많은 칭찬을많았다’고 전했다. 아마도 이 기사가 태권도에서 격파라는 말이 처음 언론에 선보인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당시는 태권도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태권도의 정체성을 세우며 여러 기술 용어들이 등장했던 무렵이었다.

원래 무술스포츠에서 격파라는 말이 많이 사용됐다. 태권도 뿐 아니라 ‘바람의 파이터’ 최영의 선생이 만든 극진가라테와 차력 등에서 격파 시범을 많이 선보였다. 주로 격파하는 물건은 나무 송판, 기와, 벽돌, 대리석 등을 썼다. 고단자들은 야구방망이나 얼음, 유리병은 물론 쇠파이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태권도에서 격파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1950년대 가라테를 배우다 태권도로 전환한 군출신 최홍희 예비역 장군 등이 태권도에 접목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추측된다.

현재 격파는 태권도 기술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시범으로 뿐 아니라 정규 격파왕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널리 보급됐다. 어린 애들도 태권도에 입문하면 흥미를 이끌어내기위해 간단한 송판 격파를 할 정도이다. 국기원에 따르면 태권도에서 격파는 손과 발 등의 공격 및 방어의 부위를 각종 보조기구를 통해 강화 단련함으로써 파괴력을 기른 것을 말한다.

태권도 격파는 손발의 기술체계를 숙달한 후 심사 또는 시연 때 실제의 위력으로 단단한 물체인 송판·기와·벽돌·대리석 판과 같은 격파물을 깨뜨려 보이는 기술이다. 유단자가 주로 실시하며, 기술에 능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에게는 가르치지 않는다. 격파의 종류에는 비교적 단순한 기술을 사용하는 위력 격파와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면서 기예를 선보이는 기술 격파가 있다. 위력 격파에서는 주먹 지르기ㆍ손날치기ㆍ옆차기 등의 기술을 사용하고, 기술 격파에서는 연속 뒤 후려차기ㆍ뛰어 돌아 넘어 2단 차기ㆍ높이 뛰어차기 등의 기술을 통해 격파를 선보인다.

지난 2009년 열렸던 정관장배 2009 KTA격파왕대회의 경우 위력격파와 기술격파 두 부분으로 나뉘어 펼쳐졌었다. 위력격파 부분은 주먹, 손날, 앞차기, 옆차기와 뒤차기, 뛰어 돌개차기 등 5개 세부종목으로 구분되고, 기술격파부문은 멀리뛰어차기, 높이뛰어차기, 체공 3단차기, 연속 뒤후려차기, 체공회전 3단치기, 뛰어 돌아넘어 2단차기, 체공연속 다단차기, 투철물 격파, 자유구성 기술격파 등 9개 종목으로 벌어졌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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