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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26] 태권도에서 왜 ‘빼기’라고 말할까

2022-02-11 07:00

태권도 방어기술 빼기 자세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태권도 방어기술 빼기 자세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 사진]
군사전문가들은 후퇴는 패배가 아니라고 말한다. 작전의 일부로 후퇴를 하지만 상황을 반전시켜 공세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전쟁사에서 일시적 후퇴를 한 뒤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사례가 많다. 2차세계대전 초기 덩케르크 철수작전이 그랬고, 6·25전쟁 흥남철수작전이 그랬다.

태권도 방어기술에서 빼기 동작은 군사작전의 후퇴전술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빼기는 일종의 수비동작이다. 상대방에게 잡혔을 때 빼내는 기술이다. 자신의 신체 부위를 잡혔을 때 틀거나 돌려서 빼내는 것이다. 빼기 동작에 성공을 하면 곧이어 공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순우리말인 빼기는 속에 들어있거나 끼여있는 것을 뺀다는 의미인 동사 ‘빼다’의 명사형이다. 빼기는 일반적으로 뺄셈을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더하기, 뺴기, 곱하기, 나누기 등 사칙연산은 초등학생 때 배운다. 사칙연산은 우리 삶에도 매일 밀접하게 관계된다. 매일 돈을 더 많이 벌고 싶고, 체중을 빼고 싶고, 좋아하는 이에게 곱빼기로 주고 싶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한다.

태권도도 인생의 사칙연산과 비슷하다. 공격과 있으면 수비가 있고, 치는 것이 있으며 빠지는 것이 있듯이 말이다. 방어기술 가운데 빼기는 막기, 피하기와 함께 주요한 기술 용어로 쓰인다. 순우리말 발음을 그대로 옮겨 로마자로 ‘ppaegi’라고 표기한다.

국기원 발간 태권도용어사전에 따르면 빼기는 주로 자신보다 힘이 강한 상대방에게 잡혔을 때 빠져 나오는 기술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 기술을 써야 한다. 빼기와 꺾기를 연이어 사용하거나 상대방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이 기술이 필요하다.

빼기의 세부 동작으로는 눌러빼기, 틀어빼기, 휘둘러빼기 등 3가지가 있다. 눌러 빼기는 잡힌 팔목을 바깥쪽으로 돌리며 눌러 빼는 기술이다. 팔목을 잡혔을 때, 손목을 시계 방향 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며 상대방이 잡은 손의 힘을 풀리게 한 다음, 손날로 누르며 뺀다

틀어 빼기는 잡힌 손목을 순간적으로 틀며 빼는 기술. 손을 완전히 편 채로 안팔목이 엄지손가락과 네 손가락이 맞닿는 부분으로 틀며 순간적으로 빠져나올 때 쓴다.

휘둘러 빼기는 팔꿈치나 어깨를 축으로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돌려빼는 기술이다. 팔이나 옷깃 등을 잡혔을 때, 팔꿈치나 어깨 축을 기준으로 팔을 크게 돌려 상대 방의 팔이 꺾이게 하여 빼낼 때 사용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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