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품새는 유급자 태극에서 출발해 유단자 여러 품새를 거쳐 일여로 끝난다. 일여는 태권도에서 마지막으로 9단 고단자들이 수련하는 품새이다. 일여는 한자어로 ‘한 일(一)’과 ‘같은 여(如)’자가 결합한 단어이다. 한자 풀이에 따르면 세상의 참된 이치는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이다. 원래 일여는 불교개념으로 ‘범아일여(梵我一如)’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은 별개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본다는 사상이다. 인간과 자연도 하나라는 라는 것이다. 하나에 모든 진리가 모아진다는 내용이다. 하나는 우주만물의 근원이요 생명의 본체이고 처음과 끝으로써 하나의 정체를 아는 일이 큰 깨달음으로 생각한다는 철학이다. 일여는 신라 때 승려 원효대사의 사상의 정수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효사상은 마음(정신)과 몸(물질)은 하나라고 봐 일여와 맥락적으로 같이 한다.
태권도 철학자 고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에 따르면 태극에서 출발한 품새는 일여로 귀결되면서 ‘하나로 귀의’하는 닦음의 과정이다. 태권도 수련은 기술적인 숙달을 통해 몸과 마음이 하나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나와 남과의 조화, 인간과 자연과의 조화 등은 결코 ‘같음과 다름의 두 세계를 조합’, ‘조그마한 개체는 커다란 전체에 융화’라는 것과 통한다는 것이다. 모든 존재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원융무애(圓融无涯)’한 자유인을 지향하는 것이 일여 품새 정신이라는게 그의 견해이다.
품새를 하는 중에 움직이는 동선을 문자로 나타내는 이동경로인 품새선은 불교의 만(卍)자에서 파행했다고 한다. 만(卍)자는 불교를 상징할 때 사용하는 표지이다. 부처가 지닌 성덕(聖德)과 길상(吉祥)을 상징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만자 모양을 비스틈히 하면 독일 히틀러 시절의 나치즘을 상징하는 로고 모양과 비슷하다.
일여 품새는 정신과 동작이 일체가 되는 깊은 무예의 진리가 바탕에 깔려 있다. 품새선 특성상 동작이 흔히 생각하는 선대칭형이 아니라 점대칭형이다. 동작은 막기로 시작해 막기로 끝난다. 새로운 동작은 손날(얼굴)막기, 외산틀옆차기, 두손펴비틀어잡아당기기, 뛰어옆차기가 있고, 서기로는 오금학다리 서기가 처음 나온다. 준비서기는 보주먹모아서기로 한다. 일여 품새는 수련을 닦는 것은 전 생애를 두고 이어져야 하는 과정임을 함의하고 있다.
태권도 교본에는 품새에 대해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지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많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어려운 태권도 품새는 쉽게 정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품새에는 태권도 정신과 기술이 축약되어 있는만큼 품새선인 이동경로를 따라 공격과 방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동작들을 이해하면 무난하리라 본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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