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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600] 태권도 품새에서 왜 ‘한수(漢水)’라는 말을 쓸까

2022-01-12 08:31

태권도 고단자 품새 한수의 동작. 물 수자를 그리면서 일정한 보폭으로 나아가 배우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유튜브 태권도 품새 한수 영상 캡처]
태권도 고단자 품새 한수의 동작. 물 수자를 그리면서 일정한 보폭으로 나아가 배우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유튜브 태권도 품새 한수 영상 캡처]
유단자 품새 ‘한수(漢水)’는 한강의 옛 이름을 따서 지었다. 한수라는 말은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다. 역사적 기록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으며 간혹 한강의 별칭으로 사용한다. 한강의 남쪽과 북쪽을 말할 때 한수 이북(以北)과 이남(以南)이라고 말한다.

한수는 원래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지명이다. ‘중국의 한강으로 불리는 양쯔강(揚子江)의 지류이다. 산시성(陝西省)에서 발원해 후베이성(湖北省)을 관통, 우한(武漢)에서 양쯔강과 합류한다. 중국 역사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초(楚)나라 발상지이다. 전한(前漢), 후한(後漢)은 이 강 이름에서 따왔다. 유방이 중국 천하를 통일하면서 강 이름을 의미하던 글자인 ’한(漢)'이 중국 그 자체를 뜻하는 글자가 됐다. 중국 글자인 ‘한자(漢字)’라든가 중국 민족인 ‘한족(漢族)’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태권도 품새 한수는 1967년 태권도형 9개 품새 통일형이 발표되면서 첫 선을 보였다. 1967년 12월20일자 조선일보는 ‘태권도형 통일’이라는 제목과 ‘9개 신형을 제정’이라는 부제로 된 기사에서 ‘태권도협회는 태권도형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 18일부터 체육회관에서 고단자들을 대상으로 신형강습회를 실시했다. 동협회가 기안한 이 태권도신형은 오는 22일까지 강습회가 끝난후 명년 2월의 승단심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새로 제정된 9개형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고려형(일자형(一字型)) ▲신라형 ▲백제형 ▲십진형 ▲태백형 ▲금강형 ▲지태형 ▲천일권형 ▲한수형’이라고 보도했다. 당시만 해도 한수형이 유단자 최고 품새였다. 현재는 일여형(一如型)이 최고 고단자 품새이다.

2005년 발간한 국기원 태권도 교본에는 품새 한수에 대해 ‘한수는 만물의 생명을 키워주는 근원이 되는 한물을 의미하며 한물은 생명의 탄생과 성장, 강함과 약함, 큰 포용력과 융화력 그리고 적응력을 나타낸다. 한은 ’하나‘라는 뜻과 많다, 크다, 가득하다, 함께 모인다, 잠깐, 오랜 등 여러 가지 많은 뜻을 가지고 있으며 하늘이라는 뜻과 모든 것의 뿌리라는 뜻도 담겨져 있다. 이런 의미와 부술 수도 끊을 수도 없는 물의 특성을 기술에 적응하여 한수가 꾸며졌다. 새로운 동작은 손날등 몸통헤쳐막기, 메주먹 양 옆구리치기, 거들어 칼재비, 안팔목 아래표적막기, 손날 금강막기 등이며 서기는 곁다리가 있고, 품새선 ’수(水)‘는 물과 민족의 핏줄인 한가람과 커짐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품새 이름을 한수라고 지은 것은 우리 민족의 젖줄인 한강의 옛 이름이기도 하지만 물과 관련한 여러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 품새는 동양철학의 ‘유연성(柔軟性)’ 사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중국 초나라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를 구현해주는 품새로 보인다. ‘으뜸되는 선(善)은 물과 같다’는 의미로 물의 형태로 삶을 구가하라는 가르침이다. 물은 모든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고 성장하게 하며 아주 낮은 곳에 이르게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물은 유연성을 잘 보여준다. 노자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굳고 강하다. 초목도 살았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굳어버린다. 그러므로 유약함은 삶의 현상이요, 굳고 강함은 죽음의 현상이다”이라고 설파했다.

이같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있는 품새 한수는 물 수자를 그리면서 일정한 보폭으로 나아가 배우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8단이 수련하는 한수는 물의 융화성과 깨끗함을 잘 표현해야 한다. 외형적인 모양새와 내면적인 의미를 함께 갖춰야 하기 때문에 고단자들의 품격을 보여주는 품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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