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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592] 태권도 품새에서 왜 ‘태백(太白)’이라는 말을 쓸까

2022-01-02 07:27

국가대표 태궏도 시범단이 태백 품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가대표 태궏도 시범단이 태백 품새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세기 한국문학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평가받는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는 정작 태백산맥이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의 주배경은 태백산맥과는 상관이 없는 지리산이다. 작가는 작품이 국민적 소설로 크게 성공한 뒤 ‘'태백산맥은 민족의 등뼈로, 끊겨진 등뼈를 다시 잇는다는 심정'으로 제목을 지었다고 밝혔다.

태권도에도 ‘태백’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품새가 있다. 태백 품새도 태백산맥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다. ‘태백산맥’ 소설처럼 태백이라는 말을 민족을 상징하는 명칭으로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태백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클 태(太)’와 ‘흰 백(白)’자가 결합한 단어이다. 국어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태백은 ‘태백성’, ‘중국의 옛 시인 이백의 자’, ‘한국의 태백시’ 등을 나타낸다. 태백성은 밝고 흰 별이라는 뜻으로 저녁 무렵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에서 유래한 태백이라는 말은 아주 고귀한 존재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였다.

우리나라에서 태백은 태백산을 가리킨다. 태백산은 백두산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백(白)자 명칭을 가진 산이 많은데 단어 자체가 갖는 민속적인 연유가 있기 때문이다. 백은 광명을 의미한다. 고대시대 백이라는 단어는 신(神)이나 천(天)을 뜻하며 태양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우리나라 전통 사상에서 태백산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天帝)가 머무는 산이라는 뜻으로 밝은 산, 제사를 드리는 신성한 산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백 품새는 이런 전통적인 함의를 갖고 지어진 이름이다. 태권도 품새에서 태백이라는 말을 쓴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에 적합한 단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백 품새라는 말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언론 보도는 1967년 12월20일자 조선일보 ‘태권도형 통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당시 기사는 ‘9개 신형을 제정’이라는 부제로 ‘태권도협회는 태권도형의 통일을 기하기 위해 18일부터 체육회관에서 고단자들을 대상으로 신형강습회를 실시했다. 동협회가 기안한 이 태권도신형은 오는 22일까지 강습회가 끝난후 명년 2월의 승단심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새로 제정된 9개형의 명칭은 다음과 같다. ▲고려형(高麗型)(일자형(一字型)) ▲신라형(新羅型) ▲백제형(百済型) ▲십진형(十進型) ▲태백형(太白型) ▲김강형(金剛型) ▲지태형(地跆型) ▲천일권형(天一拳型) ▲한수형(漢水型)’이라고 보도했다.(본 코너 590회 ‘태권도 품새에서 ‘고려(高麗)’라는 말을 쓰는 이유는‘ 참조)

태백 품새는 3품이나 3단이 수련하는 동작이다. 일반적인 태권도장에서 교양 수준의 원생들이 수련하는 사실상 최고 단계의 품새다. 2단 금강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볼 수 있지만 3단까지 가는 경우는 상당히 적다. 4단 품새 평원까지 하는 이들은 태권도에서는 고수에 해당한다. 때문에 이 품새를 익히게 되는 3단 원생들은 태권도 수련생들로부터 선망의 눈길을 받는다.

품새선은 ‘장인 공(工)’자로서 사람이 열린 하늘과 땅 사이를 이어주는 개천(開天)과 개국(開國)을 뜻한다고 한다. 품새 동작은 주로 몸통 막기와 치기로 구성되어 있다. 품새 태백의 내재적 함의는 유단자가 추구하고 지향해야 할 사상과 가르침을 담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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