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등 격투기에서 급소를 맞으면 잠시 정신을 잃거나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태권도에서 대표적인 급소를 꽂으라면 명치, 인중, 단전 등이 있다. 낭심도 급소에 포함된다. (본 코너 584회 ‘태권도에서 왜 ‘급소(急所)’라는 말을 쓸까‘ 참조)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급소를 혈 또는 경혈(經穴)이라고 한다. 이곳에 침을 놓거나 뜸을 떠서 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급소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몸쪽의 혈자리 중 가장 위험한곳이 명치이다 잘못될 경우 혀가 말려들어가며 숨이 멎을 수 있다. 명치는 단련이 될 수 없는 부위이다. 가슴뼈 오목한 부분인 명치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복부이다. 복부는 어느정도 단련이 가능하지만 명치는 힘을 꽉 쥐고 있어도 살짝만 쳐보면 아프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외부 힘에 취약하다.
원래 명치라는 말은 순 우리 말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17세기 한방의약서인 ‘언해납약증치방(諺解臘藥症治方)'에서 국어로 ’여러 해 싸힌 냉이 명치며 가슴의 머므러 이시며‘라고 명치를 언급하고 있다. 이 말은 여러 해 동안 쌓인 냉이 명치며 가슴에 머물러 있으며’라고 현대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 명치의 한자어는 명문(命門) 또는 심와(心窩)라고 말한다. 명문은 ‘목숨 명(命)’과 ‘문 문(門)’자가 합해진 글자로 몸을 지탱하는 물질을 다루는 기관이라는 뜻이다. 심와는 ‘마음 심(心)’과 ‘움집 와(窩)’가 결합한 글자로 사람의 가슴 뼈 아래 한 가운데 오목하게 들어간 곳이라는 의미이다.
명치는 영어로 태양 신경총이라는 의미인 ‘solar plexus’라고 번역한다. ‘solar’은 태양이라는 의미이며, ‘plexus’는 라틴어로 끈이라는 의미인데 명치가 많은 신경이 모여 마치 태양광선같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런 영어 표현에 근거해 명치를 한자어로 ‘명치(明治)’라고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영어 표현을 번역한 것으로 ‘조심스러우면서 밝게 잘 다스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부위에 태양이 붉게 타오르듯 신경이 몰려 있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태권도에서 명치를 가격하는 타법으로는 주먹지르기, 무릎치기, 팔굽치기 등이 있다. 일단 명치에 외부 충격을 가하면 그 자극이 내장신경층으로 전해지고 즉시 뇌로 전달된다. 뇌에서는 이 자극을 처리할 수 없어 심장의 억제작용을 하는 미주신경에 전해져 미주신경의 흥분으로 심장박동을 억제하므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 타격이 약할 때는 혈행장애, 호흡곤란 등으로 기절하게 된다.
태권도 경기에서 명치를 가격하면 상대를 KO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호구의 도입으로 명치를 맞더라도 크게 위험한 상황이 나오지는 않는다. 태권도를 연마한 여성들은 호신용으로 위급상황에서 괴한이나 치한의 공격을 받으면 팔꿈치로 상대의 명치를 가격해 자기를 구하기도 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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