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전 세계에서 1억5천만명의 수련생이 피부색과 언어를 떠나 우리말로 ‘차렷’이라는 말과 함께 시작을 한다. 국기(國技)로 불리는 태권도가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국민스포츠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본 코너 558회 ‘왜 태권도를 ‘국기(國技)’라고 말할까‘ 참조)
태권도를 통해 ‘차렷’이라는 말은 한국 예절을 배우고 한국문화를 외국에 알리는데 태권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련생들이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차렷’이라는 구호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언어에 담긴 우리나라의 혼과 예의가 세계로 전수된다는 것을 느낀다. ‘차렷’은 태권도 영어 공용어로도 우리나라말을 발음대로 표기한 ‘charyot’라고 쓴다.
‘차렷’은 원래 ‘차려’를 강조하여 이르는 순 우리말이다. ‘차려’는 몽골어로 정신을 차리다는 라는 뜻을 가진 ‘텔레흐’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몽골어가 우리나라말로 유입되면서 ‘태려, 타려, 채려 ,차려’ 등으로 ‘ㅌ’자가 ‘ㅊ’자로 발음이 바뀌어 차용됐다는 것이다.
태권도에서 ‘차려’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군대 문화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50년대 군대 무도로 시작된 태권도는 전문 용어들 대부분이 군대식이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 군대문화는 일제 강점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차렷 등의 말은 군대식 거식 경례로 일왕에게 충성을 바친다는 일제 흔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어로 ‘키오츠케(気をつけ)’가 ‘차렷’이라는 우리말로 군대에서 쓰이게 됐다는 것이다.
차렷은 군대에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의 하나이다. 군대나 경찰의 기본 교련 과목에서 호령으로 쓰인다. 근대 시대 이후 차렷은 상사에 대한 존중이나 집단의 규율을 나타내는 세계 공통의 신체 언어로 쓰인다. 영어로는 ‘attention’이라고 말하며 미국에서는 ‘ten hut’이라고도 말한다.
차렷 동작은 반듯하게 몸을 세운 자세에서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고 양손이 재봉선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발 모양은 가볍게 발바닥과 엄지발가락이 일치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군인들이나 태권도 수련자들의 차렷 자세는 비슷하다. 다만 군인들 차렷 자세는 좀 더 절도있고 동작이 딱딱하다고 할 수 있다.
국기 태권도는 1994년 9월4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올림픽 등에서 모든 선수들은 주심이 경기 전 차렷 선언과 함께 서로 인사를 한 뒤 경기에 들어간다. 우리 말 구령이 그대로 매 올림픽 때마다 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군대 용어로 시작된 태권도 차렷 구호이지만 이제는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즐겨 쓰는 공용어로서 가장 사랑받는 말로 자리잡았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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